주대준 장로는 청와대 근무 시절 청와대 기독신우회를 창립해 퇴직 때까지 회장으로 섬겼고, 입법·사법·행정 및 지방자치단체를 총망라한 100만 공직자 선교를 위해 ‘한국기독교공직자 선교연합회’ 창립을 주도했다. 그는 최근 잇따라 제기된 종교편향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주대준 장로는 “시골 촌놈을 청와대를 거쳐 여기까지 인도하셨는데, 하나님 은혜 아니면 올 수 없었다”며 “역경과 고난, 좌절이 오더라도 그건 더 크게 쓰시기 위한 진짜배기 재료로 사용하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책을 읽으면 청와대 신우회가 조직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는 게 느껴지는데, 요즘 오히려 ‘종교편향’의 빌미가 되고 있다.

“왜 종교편향 문제가 나오는가 하면, 사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나님만 바라보면 누가 상관으로 오든 관계없다. 신우회를 만든 게 노태우 대통령 때였다. 팔공산 불탑부터 해서 당시 종교편향이 가장 심했다. 그때 크리스천으로서 당당하게 자존감을 드러냈다. 사실 김영삼 정부 때가 더 힘들었다.”

주대준 장로가 청와대에 들어간지 1년 뒤 기독신우회를 창립했는데, 대부분 크리스천 직원들이 소극적이었고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는 어떤 곳보다 공직사회 기강이 강한 곳이라 상관의 눈치를 본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업무의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상관에게 잘못 보여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신우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회고했다.

음주 문화도 한몫 했다. 그는 최하위급 간부 시절 상관의 술잔을 거부했다가 연말 회식자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상관은 정말 불쾌했는지 다음날 악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주 장로는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떠나는 것도 하나님의 섭리’라며 평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는데, 한 달 후 그 상관이 주 장로를 개인적으로 부르더니 “정말로 예수를 믿는 사람 같다”고 인정했다. 책에는 이외에도 김영삼 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초청해 청와대 기독신우회가 활성화되는 과정이 자세히 나와있다.

-종교편향 논란을 지혜롭게 극복하려면.

“공직자 선교든 직장선교든 성공하려면, 예수 믿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문화를 철폐해야 한다. 신우회가 무슨 새로운 파워나 파벌이 되어서 줄을 서게 해서도 안 된다. 골로새서에는 ‘육신의 상전에게도 주께 하듯 하라’고 했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그렇게 주께 하듯 해야 한다.

그리고 내 종교가 소중하듯 다른 사람들의 종교도 인정해야 한다. 모두 전도 대상자 아닌가. 다원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다들 저를 강성으로 알지만, 청와대 신우회장 하면서도 사월초파일날 불자들 오시면 잘 대해드렸다. 동자승과 이야기를 나누니 ‘동자승 전도한다’는 말도 나왔지만(웃음)… 청와대 불교신우회장도 나에게 감동했다. 비구니들 오셨길래 청와대 관람도 시켜드렸다.

▲주대준 장로.
그분들에게도 종파를 떠나서 베푼다면, 내 진정성을 보고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다면 하나님 은혜 아닌가. 종교가 다르다고 너무 담을 쌓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부부간에도 상대방이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듯, 다름을 인정할 때 그들과도 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객관적인 관리자로서 직원들을 평가할 때 종교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 밑에 와서 예수 안 믿으면 찬밥신세라고들 했는데,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심지어는 같은 조건이었는데 신우회원을 놔 두고 청불회원을 승진시킨 적도 있다. 관리자의 잣대가 종교에 편향되면 절대 안 된다. 그걸 구분 못했으면 경호차장까지 올라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공직자 선교의 노하우가 있다면.

“공직자들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 눈높이에 맞게 방법을 바꿔야 한다. 30년 전처럼 청와대에 가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우리가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뭔가 표적과 흔적이 나타나고, 헌신하고 투자하고 봉사하는 양이 달라야 한다. 근무 태도, 삶의 태도, 업무 실적… ‘저 양반은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뭘 하든 탁월하다’는 소리가 나와야 한다. 그런 예수의 사랑이 체험돼 나오는 선교여야 한다.

예를 들면 청소하거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찾아가 앞장서서 봉사하고, 경비원들에게 차 한 잔이라도 따라줄 수 있는… 세상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교회 다닌답시고 근무 시간에 성경이나 읽는 건 좀 아니다.

공직사회는 정확하다. 10명이 크리스천이라면, 70-80%는 신우회 안 나온다. 자신 없어하고, 눈치를 본다. 그런 이들까지 끌어내려면 우리가 먼저 예수 믿는 사람으로써 정체성과 자존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자.

저는 요셉을 모델로 살아왔는데, 감옥에 갔다가 왕궁에서 곧바로 총리가 된 요셉을 보고 이방신을 믿던 애굽 각료들이 ‘마치 하나님의 신에 감동된 사람 같다’고 했다. 이 시대에 예수 믿지 않고 불신하는 이들이 보기에 ‘저놈 보면 하나님 살아계신 것 같아’ 할 수 있는 크리스천이 돼야 끼리끼리 문화가 없어지고 종교편향 말도 안 나온다.”

-책에 보면 청와대 신우회 예배를 시작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데….

▲주대준 장로.
“청와대에는 물론 고위층 인사들이 많으시지만, 청와대 주변 경호·경비를 위해 나온 전경들과 사병들도 많다. 이들 한 영혼이 고위층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청년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그들을 상전처럼 모셨다. 왜 그러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예수 믿고 신학대 간 친구도 있다.”

-청와대 주변 병력들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신 것 같다.

“그들이 근무하고 돌아가면 가문의 선교사가 될텐데…. 떡이랑 빵 같은 것도 더 많이 챙겨주곤 했다. 그게 중요한 일인데, 사실 내가 청와대를 나가고 나서 그들에게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 우리나라 군종법에 보면 전방에서는 대대급 독립부대도 교회를 지을 수 있는데, 청와대 주변에는 엄청난 규모의 병력이 있지만 군종도 교회도 없다. 그래서 신학대생인데도 교회를 못 다니는 친구도 있다.

이건 청와대라는 상징성 때문에 당하는 역차별이다. 그래서 '기독 공직자 선교센터’를 지으려 많이 뛰어다녔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저 전방에도 모두 교회가 있는데, 청와대 주변 병력들은 지금도 강당을 빌려 예배드리고 있다. 신우회를 통해 공직자들을 선교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기존 크리스천 자녀들에 대한 종교활동 보장의 목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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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준 #청와대기독신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