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칼빈학회 정례발표회가 서울 장신대에서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엔 장로교의 영향이 크고, 장로교는 칼빈의 신학과 사상을 주로 따르고 있다. 장로교 목회자나 신학자들 중 소위 ‘칼빈주의자’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칼빈주의’의 특징은 무엇일까.

총신대 신학대학원 역사신학 박건택 교수는 16일 서울 장로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칼빈학회(회장 박경수 교수) 정례발표회를 통해 ‘한국에서의 칼빈주의의 현실’을 고찰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칼빈주의 역사는 장로교회의 역사와 같이 가며, 그 특징은 무엇보다 먼저 교단 분열이었다”며 “한국 예수교장로회(예장)는 하나의 교회로 머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시간이 가면서 산산조각 난 한국 장로교회의 분열 양상을 보게 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거대 장로교 교단들이 정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명목상 칼빈주의적인 전통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박건택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박 교수는 또 “장로교회의 분열은 ‘수입된’ 칼빈주의에 의해 더욱 심화됐다”면서 “합동측의 지도자들은 고려측과 마찬가지로 주로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칼빈주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 이 두 교단은 교리적 칼빈주의를 수호하는 일에는 성공했으나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적 칼빈주의를 실행하는 일에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편 통합과 기장은 신학적 자유주의와 부분적이나마 종교다원주의를 수용했다. 전자가 칼빈주의 전통과 바르트주의의 공존을 인정했다면, 후자는 한국의 신학적 독창성을 갖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민중신학’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며 “또 전자가 한국의 경제발전을 지지하는 일에는 적극적이었으나 권위계급을 바꾸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다면, 후자는 칼빈의 신학적 유산을 외면한 채, 한국의 군사 독재에 대한 저항정신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와 같이 칼빈주의 전통의 장로교회는 고백적 그룹(합동, 고려 등)과 다원주의적인 그룹(통합, 기장 등)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 두 그룹 사이의 갈등은 한국교회가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개최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박 교수는 한국 칼빈주의의 특징들로 ▲대부분의 장로교회들이 그들의 에너지를 교회 성장에 집중한 점 ▲국내 칼빈연구 기관들 대부분이 서양의 결과물을 모방해 온 점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국내 칼빈연구의 서양화에 대해 “칼빈 연구를 위한 한국의 기관들은 그 조직에서 뿐만 아니라 그 학문적 산물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결과물들을 모방했다”며 “한국 상황에서 요구되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묻지도 못한 채 학문의 권력화로 전락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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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칼빈학회 #박건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