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나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재신임' 카드로 위기를 모면했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기돼 왔던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나 선거대책위, 재창당위 등 일종의 당 비상기구의 수장이 돼 수렁에 빠진 당을 이끌며 총선체제를 가동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나선 가운데 전당대회가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당원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이후 5개월 만에 중도하차하는 셈이다.

서울시장 보선 패배 이후 드러난 민심을 잘 읽지 못한 가운데 잇단 실언과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사건에 대한 대처 실패 등이 겹쳐 조기 퇴진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2만 당원 동지 여러분이 압도적으로 선출해 준 그 뜻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불철주야 국정을 살피며 내년 총·대선에 대비해 왔다"면서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따른 돌발적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고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이후 '디도스 사건' 등 당을 혼돈으로 몰고 가는 악재가 연달아 터졌는데 이는 모두 내 부덕의 소치"라고 밝혔다.

또 "그간 서민 대표로서 서민의 애환을 살피고 반값 아파트와 국적법 개정 등 대한민국을 바꾸는 획기적 개혁정책도 내놓았다"면서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혁신에 성공한 현재의 당헌을 만들면서 개혁과 쇄신에도 앞장서 왔는데 그런 나를 일부에서 쇄신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홍 대표는 이어 "집권 여당 대표로서 혼란을 막고자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내부 정리를 한 후에 사퇴하고자 했던 내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더 이상 당내 계파투쟁, 권력투쟁은 없어야 한다. 모두 힘을 합쳐야만 총·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당의 단합을 요청했다.

그는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것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길 바란다"면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대한민국과 한나라당의 발전에 한 알의 밀알이 되도록 하겠다"고 대표로서의 마지막을 마무리 했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 후 박근혜 전 대표와 사전 상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약간 언성이 높아지면서 "나는 한나라당 대표"라고만 답했고, 향후 지도체제에 대해선 "당헌·당규에 따르면 된다"고 잛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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