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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의 최종 책임자이자 구원파의 지도자였던 유병언은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죽음은 그야 말로 허망했다.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권성훈 씨는 문예지 '문학의 오늘' 2014년 가을호에 게재한 '유병언, 죽은 자는 흔적으로 증언한다'는 글을 통해 그의 내면을 분석했다.

권씨는 "유병언의 세계관과 구원관을 시집에서 읽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유병언이 생전에 집필한 시집 '꿈같은 사랑(2009)'과 '닮았구나(1995)'에 실린 시를 통해 그의 삶과 욕망, 그리고 죽음을 추적하고 있다.

유병언의 시집 '닮았구나'에는 그가 1990년 11월 한 달 동안 쓴 시 91편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그해 11월4일 하루 동안에 쓴 시만 22편에 달한다. 당시 그가 쓴 시의 상당 부분은 가족을 소재로 그의 자녀가 어릴 때 느꼈던 정서를 옮겨놓고 있다.

그는 '내껀데'라는 시를 통해 장남 유대균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도시락 두 개를 싸 가고 있었다/ 누가 물으면 반 애가 점심 안 싸오기 때문에/ 제 것 갈라 먹으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중략).../ 사내애가 저렇게 마음 약해서/ 어떻게 하느냐고들 걱정했었다"

권씨는 유병언의 시에 나타나 있는 내면의 욕망에 주목했다.

유병언은 '크고 넓은 욕심 쟁이'라는 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을 '꽤나 큰 욕심주머니'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릴 때 느꼈던 '욕망'이 '도덕과 교양'을 쌓은 어른이 되어서도 버리지 못했음을 시를 통해 고백하고 있다.

권씨는 '도로교통법'이라는 시를 통해 유병언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기생적인 생활방식과 무의식에 녹아 있는 병적인 거짓말들을 찾아냈다.

유병언은 죽음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는 '영원의 호흡'에서 "반복해서 계속되는 혈액순환도/ 심장에서 멎는 순간/ 끝이 오고/ 영혼은 영원을 향해/ 숨 쉬러 떠라는 시작이 된다."라며 죽음을 영원이 숨을 쉬기 시작하는 순간으로 기대했다.

권씨는 "그의 시와 그의 삶이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 속에서 그가 꿈꿔왔던 세계와 꿈을 위해서 함께 했던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그가 받은 구원은 '아해'라는 호처럼 '늙어감의 시간'에서 '죽어감의 시간'으로 해방된 지금도 유효한가"라고 의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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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유병언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