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삭제되는 휘발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개발한 동갑내기 고등학생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우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성범(17), 윤형근(17) 군이다.

두 학생은 지난해 말 이우중학교 졸업 작품으로 '하루커뮤니케이션(www.harooo.com, 이하 하루)'을 만들었다. SNS에 올린 글을 단 하루(24시간)만 볼 수 있도록 한 데서 착안한 것이다.

오래 보관하고 싶다면 '오호라'를 누르면 된다. 한 번 누를 때마다 글이 머무는 시간은 하루씩 늘어난다. 게시글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과도 유사하다.

이들은 학교수업 중 '잊혀질 권리'를 접한 것이 하루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 만큼이나 인터넷상에 노출된 자신의 신상정보나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박 군은 평소 프로그래밍을 독학하던 윤 군에게 새로운 SNS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게시글에 대한 2개 이상의 댓글을 구현하는 데만 수 일이 걸렸다. 데이터베이스(DB) 내의 한 가지 항목만 제거하면 끝날 일이었다.

페이지 디자인때 오호라 명칭도 갑작스레 바꿨다. 졸업작품을 심사하던 선생님 한 분이 당초 명칭이던 '더 볼래요'가 "심심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개발 단계에서 계획되지 않던 사양도 추가됐다. 글이 등록되는 타임라인에 '친구들(폐쇄형·한정된 사람들과의 소통 공간)' 코너를 만든 것이다. 중요한 기록이 장기간 남아있는 비공개 공간 없이는 운영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뉴시스

박 군은 "개발 도중 광장(개방형·가벼운 관계의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 공간) 라인만으로 SNS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친구들 라인으로 보완했는데, 이 둘을 조정하는 게 꽤나 어려웠다"고 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니 '하루'를 개발하는데 꼬박 10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고 두 학생은 말한다.

박 군은 "당초 계획했던 규모의 사이트를 구현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군은 "저렴한 서버를 이용하다보니 접속자가 늘기라도 하면 서버가 다운되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SNS의 생명은 실시간 인데…"라면서도 "이 문제는 네이버 지원으로 조만간 해결될 것 같다"고 전했다.

요즘 '하루'의 일 평균 방문 횟수가 40여 건에 이르고, 연관 기사라도 뜨면 수 천명이 다녀간다. 서비스 개시 후 3개월만에 가입자 수는 1400명을 넘어섰다.

포털 네이버로 유명한 NHN으로부터 학자금 지원과 인턴십 기회도 얻었다.

두 학생은 정보통신(IT) 분야로의 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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