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왼쪽)새가정 창간6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움에서 오세란 아동문학평론가가 발제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놀로그적 존재인 인간'에게 종이책과 디지털매체는 어떻게 상호보완적인 유익을 줄 수 있을까?

22일 진행된 새가정 창간 6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움에서 오세란 평론가(아동문학평론가)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세대에게 필요한 아날로그의 힘'을 주제로 발제하며 "우리 삶에 깊숙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디지털문화 시대, 디지털매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인간의 아날로그적 사고기능을 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그것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읽기는 읽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글을 읽는다고 할 때 그것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의 맥락을 읽어낸다는 것이고 나아가 읽기와 생각하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능동적인 과정이다"고 했다.

이 과정을 매기 잭슨의 저서 '집중력의 탄생'의 한 대목을 소개해 이해를 돕기도 했다. "가상세계와 이동성, 집중력 분산이 특징인 이 시대에 책은 우리를 몸과 영혼 모두에 연결시켜주는 고리역할을 한다. 책읽기를 통해서 이 세상에 육체적으로 발을 붙이는 것과 영혼을 저 위로 고양시키는 일이 동시에 가능하다. 이것은 컴퓨터로는 아직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 "물론 여기서 반드시 '책'을 종이책으로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종이책은 전자책에 견주어볼 때 잠시 멈추어 생각하기가 월등히 수월하다. 우리는 글을 읽다가 가장 중요한 단어나 문장과 만난 순간 자동적으로 읽기를 멈춘다. 그리고 그 문장과 기존 우리의 생각이 만나는 침묵의 대화를 누린다"고 했다.

덧붙여 "책을 읽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잠시 덮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며 "따라서 우리가 종이책을 읽으며 익히는 천천히 읽기, 잠시 멈추었다 읽기, 생각하며 읽기 등의 자세는 유의미하게 주목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그는 "전자책은 이런 동작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왜냐하면 "화면을 통해 제공되는 전자책의 형태는 읽는다기보다는 '보는 것'에 가까워 커서로 화면을 내리며 보는 동작은 한 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또 "디지털매체가 주도하는 몰입성에 비해 책을 읽을 때 필요한 집중력은 인간이 자체적으로 훈련해야 할 능력"이라며 이러한 '집중력'의 부분에서도 "디지털매체만 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는 "능동적으로 몰입하는 행위, 집중력의 긴장과 이완을 배우는 것은 책읽기를 통해 가능하다"면서 "인터넷에서 매체가 주는 몰입성은 멈추기 힘든 중독성으로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체력적으로는 몰입이 불가능하지만 매체의 재미로 인해 (컴퓨터)게임을 중단할 수 없는 것, 이것이 매체가 가진 중독성이다"고도 예를 들었다.

오세란 평론가는 '상상력의 약화' 또한 우려했다. 그는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눈으로는 책 속의 글자를 보지만 그때 우리 머리에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를 문학적으로는 나레이터, 즉 서술자(화자)라고 한다"며 "그 목소리를 따라 우리 머리에는 다양한 그림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그 그림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를 모아 합성한 새로운 이미지다. 이것이 바로 책을 읽으며 만들어지는 상상력의 과정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을 읽은 과정에서 키워지는 상상력은 시각매체가 지배적인 디지털매체에서는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2일 정동제일교회에서 진행된 새가정 창간6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움에 새가정 후원 회원 및 관심자 등이 참여했다.   ©오상아 기자

덧붙여 아동문학계에서 논의됐던 사례를 소개하며 "어른이 아이에게 옛이야기를 말로 들려주거나 읽어주는 형식과 그림으로 설명된 그림책을 보여주는 형식 중 어떤 것이 아동의 상상력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사실상 상상력의 확장은 이야기를 들려줄 때 더 잘 이루어진다고 많은 이들이 주장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듣는 것과 (그림을)보는 것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호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디지털판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냥 비디오와 오디오로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또 오세란 평론가는 "자녀들이 어린시절 미국에서 체류했는데 학교에서 온 가정통신문에 '컴퓨터 활용교육을 할 것인데 컴퓨터 접근을 시킬지 안시킬지 허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허가하지 않은 부모의 자녀들은 따로 수업을 받게 하는 시스템이 있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고민할 시점은 됐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것을 일률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발제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읽기 훈련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접근을 하는데 고민을 많이 하고 토론도 많이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독서 읽기 운동'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아동의 경우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추천동화 등을 도움을 받을 것을 조언했다. 또 "아이들에게 책이 교과서나 공부, 학습으로 다가가지 않고 취미나 즐거움으로 가가갈 수 있도록, 좋은 문화로서 즐기고 누리는 문화로서 접근해서 독서운동을 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교회에서 어린이도서관이라든지 세울 때 좋은 책들을 주일학교에 많이 배치해 두는 것들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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