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충정로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은행관계자와 상담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지난해 말 2천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았던 장모(40)씨는 최근 만기 연장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대출금리가 1년 새 1%포인트 넘게 올라 연 7.2%에 달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일년 이자만 20만원 넘게 더 나가게 생겼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1천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는 회사원 유모(35)씨도 최근 거래은행에 대출금리를 문의했다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출금리가 연 7.17%로 지난 4월 만기 연장 때 적용됐던 금리 6.8%보다 크게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유씨는 "1년마다 마이너스통장 계약을 연장해서 대출금리도 1년마다 바뀌는 줄 알았는데 매일 변동되는 줄 처음 알았다"며 "그건 그렇고 대출금리는 왜 그렇게 많이 올랐느냐"고 물었다.

   은행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보다 1%포인트 가까이 뛰어올라 올해 들어서 2008년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7%를 돌파했다. 신용대출 잔액이 150조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일년 새 2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대출금리 급등은 신용대출만의 얘기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1억5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회사원 이모(38)씨는 최근 대출이자 생각만 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연 5.38%에 불과했던 대출이자가 지금은 6.07%로 뛰어올라 일년 이자가 100만원 넘게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씨는 "소득은 제자리이고 집값도 오르지 않고 있는데 이자 부담만 늘어나니 고민이 커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원금은 갚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받은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은 전체 주택대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해 9월 2.66%였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년새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올해 9월 3.58%까지 뛰어올랐다. 한마디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절반이 일년 동안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급증했다는 얘기다.

   1억원을 빌린 사람이라면 100만원, 2억원을 빌린 사람이라면 무려 200만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더구나 은행들이 대출 억제책을 빌미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신규 대출금리까지 마구 올리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소득에 비해 대출액이 너무 많은 `취약대출'의 이자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해 6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액 중 2천만원 이하 소득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달해 전 계층에서 가장 높다. 더구나 이자만 내고 있는 취약대출의 3분의 1 이상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에는 `가계부채 대란'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며 "대출 부실화를 막는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대출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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