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결국 5% 선을 돌파했고 근원물가 상승률마저 4%에 도달하면서 한국은행의 물가전망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들어 낮아질 것으로 봤지만 7월 4.7%, 8월 5.3% 등 오히려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달 추석이 껴 있는 점을 고려하면 9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대로 가면 한은의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 4.0%를 맞추긴 힘들어 보인다.

◇소비자·근원물가, 기대인플레율 모두 ↑
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3년 만에 최고치인 5.3%를 기록했다.

최근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이상폭우와 긴 장마 등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 등 공급측 요인에 크게 작용했다고는 하나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세도 심상찮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4월 3.2% 5월 3.5%, 6월 3.7%, 7월 3.8% 등 꾸준히 올라 8월에는 4.0%로 올라섰다. 2009년 4월(4.2%) 이후 28개월 만에 최고치다.

공급측 상승압박 완화와 기저효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된다고 해도 근원물가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 4분기부터는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역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4월 4.0%를 정점으로 떨어지는 듯하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6월 3.9%, 7월 4.0%, 8월 4.2%로 다시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4.5~5.5% 오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7월 15.7%에서 8월 24.4%로 급등했다. 2009년 6월 32.9% 이후 최고치다.

◇"물가상승압력 과소평가" 목소리도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통위 내부에서도 한은이 7월 경제전망 때 물가 상승압력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월14일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지난 4월 물가전망 때보다 2분기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졌고 서비스 부문의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오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물가 부문에서 유의미한 여건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물가전망에서의 상방리스크는 다소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공행진하는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한은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현재로서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 역시 유럽의 채무문제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적 악재 때문에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실기(失期)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같은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금리정상화의 타이밍과 속도가 충분히 유효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금리정상화를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005940] 박종연 애널리스트는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보다 큰 상황"이라면서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는 상황이 되면서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와 폭이 더뎠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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