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앞으로 목사를 비롯한 모든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기독교계는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2013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종교인 소득에 대해 2015년 1월1일 발생분부터 과세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인의 소득은 기타소득 일종인 '사례금(비)'으로 분류해 과세가 이뤄질 예정이고 소득의 80%는 '필요경비'로 인정해, 과세 대상에서 빼고 나머지 소득에 대해 22%(주민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 원천징수한다. 이경우 소득의 4.4%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정부는 그동안 '정교분리 원칙'과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명분으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종교인에 세금을 내라고 하지 못했다. 1968년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게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NCCK)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종교인 과세 바람은 이들과 과세당국과의 조율 끝에 이번 정부에 와서 사상 처음으로 종교인 과세 방침이 확정된 것이다.

NCCK는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당연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NCCK 홍보실장 강석훈 목사는 "정부도 종교인 납세는 처음이기 때문에 가다듬을 것이 많을 것으로 본다"면서 "세율 등 납세방법에 대한 문제나 부목사, 미자립 교회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예상되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 1년 반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정부 및 교회 내적으로 꼼꼼히 체크하고 논의를 하면서 합의를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강 목사는 "다만 불교 등 다른 종교에서도 각자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각자의 특색대로 정부와의 합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상당수 기독교계는 그동안 강하게 반발했던 소득에 대한 과세(소득세)가 아닌 '사례비'(기타소득)에 대한 과세로 정부가 방향은 튼 것과 관련, 오히려 목회자 스스로가 납세할 수 있게 돼 '떳떳하게 됐다'는 분위기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박의근 목사, 한교연)은 '회원교단 실무자들과의 전체회의를 통해 공식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조심스런 입장과 함께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교연 관계자는 "그동안 근로소득세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목회활동을 근로라고 보는 것이므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일뿐, 목회자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사례비)에 대해 과세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목사들도 환영할 것이다"고 밝힌 뒤 "한국교회가 대한민국이 잘 되길 바라고 사랑하는 만큼 세금을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교계 입장을 정취하고, 앞으로 잘 조율해 간다면 큰 무리 없이 법안이 추진될 것"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교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미자립 교회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실 교회 차원에서 미자립 교회를 도와왔는데, 이제 종교인들이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 만큼, 생활자체가 안 되는 미자립 교회에 대해서는 정부가 기준을 두고 저소득 계층 지원 같은 다양한 지원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이날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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