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중 미군병사에 의해 도난된 문정왕후 어보 반환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수사를 개시했으며 어보를 소장하고 있는 LA주립박물관(LACMA)에도 이같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은 19일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문화재청 국제교류과를 통해 문정왕후 어보가 도난품인 증거를 첨부해 미 국토안보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LACMA측이 우리와의 면담을 마치고 국토안보부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민주당 안민석 의원, 경희대 김준혁 교수 등과 함께 LACMA 박물관측과 만난 혜문스님은 한국전쟁 당시 양유찬 주미 대사가 미 국무부에 제기한 47개의 어보를 도난당했다는 분실신고 기록, 미군의 어보 절도사건을 보도한 볼티모어 신문 기사(1953년 11월 17일) 등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스테판 리틀 LACMA 동아시아 부장은 관련 자료들을 접수하고 "도난품 여부가 확실히 입증되면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LACMA측은 추가로 문정왕후 어보가 종묘에 있었다는 기록과 주미대사가 1951년 분실 신고한 47과의 목록, 1987년 미국에서 반환받은 고종 어보 등의 관련 기록 등을 요구했다. 그 중 종묘에 있었던 기록은 혜문스님 일행이 면담직후, 문정왕후 어보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발견됐다.

어보 하단 측면에 '육실 대왕대비(六室大王大妃)'라고 붓글씨로 쓴 작은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경희대 역사학과 김준혁 교수는 "이는 중종과 중종의 왕비인 문정왕후가 종묘의 제 여섯번째 방에 모셔져 있다는 뜻으로, 문정왕후 어보가 종묘에 보관되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종의 신위(神位)는 종묘의 제 6실에 문정왕후와 함께 모셔져 있다.

이날 동행한 김정광 미주한국불교문화원장은 "2010년부터 LACMA에 수차례 가서 어보 사진을 찍고 살펴봤지만 전시작품이어서 100% 확인이 불가능했다. LACMA 관계자들에게 즉석에서 이게 바로 그 증거라고 말하자 당황해 얼굴이 벌개지더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문정왕후 어보는 2010년부터 혜문스님이 수차례 반환요청 서한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신이 없다가 올초 뉴욕에서 미주불자들과 함께 어보 환수를 위한 모임이 결성돼 국무부 등에 협조를 구하고 우리 국회에서도 반환촉구결의안이 통과되자 마침내 만남을 갖기에 이르렀다.

LACMA측은 이날 미팅에 고문 변호사를 대동한 채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등 반환문제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문제의 어보가 종묘에 있었다는 증거를 대라는 까다로운 요구가, 현장에서 다름아닌 어보에 붙어 있는 작은 종이로 확인된 것이다.

LACMA측은 혜문스님 등과 9월 둘째주에 2차 면담을 갖기로 했으나 현 추세로 미루어 2차 면담일은 '어보 환수일'이 될 가능성도 커보인다. 사실상 모든 증거서류가 제출된 가운데 우리 정부가 공식적인 반환요구 서한을 보내는 요식행위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에서는 안민석의원의 대표발의로 "LA주립박물관 소장 문정왕후 어보 반환촉구 결의안"이 발의됐으며 9월 초 본회의에 상정,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혜문스님은 "LACMA측과 서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기로 합의했다. 문정왕후 어보가 도난품이란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만큼, 환수의 시기만 남겨둔 셈"이라고 63년만의 환수가 목전에 다다렀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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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미국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