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에 나오는 믿음의 조상 중에 야곱(Jacob)의 캐릭터는 특이하다.

태어날 때부터 쌍둥이 형인 에서(Esau)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으며, 배고파 죽을 지경인 형에게 팥죽 한 그릇을 주고 꾀어서 장자권을 빼앗았다. 또한 어머니 리브가와 결탁하여 형의 옷을 입고서 늙어서 눈이 어두운 아버지 이삭으로부터 장자에게 내리는 축복을 가로챘다.

너무나 생생한 표현으로 된 이야기인데 여기까지만 봐도 야곱은 영락없이 욕심쟁이요 사기꾼 기질(con- man character)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달콤한 속임수의 결과는 참담했다. 속임수의 불꽃이 자기에게 되돌아와 형을 피해 외삼촌이 사는 밧단아람으로 멀리 도망을 가야 했다.

거기서 다행히 곱고 아리따운 라헬(Rachel)을 만나 연애하여 결혼했으나 첫 날 밤을 자고 아침에 보니 자기가 품은 여인은 라헬이 아니라 언니인 레아(Leah)였다. 야곱보다 고수인 외삼촌 라반(Laban)이 지난밤에 신부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야곱은 사랑하는 라헬을 위해 품삯도 받지 못하고 14 년 동안 처가살이를 하며 양과 염소를 치는 힘든 목자생활을 하였다.

사랑하는 아내 라헬이 아기를 갖지 못해 애태우다가 늦게나마 야곱의 열 한 번 째 아들인 요셉(Joshep)을 낳았다. 정신이 번쩍 든 요셉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야곱은 라반에게 목부로서의 정당한 삯을 정하는 계약을 하자고 제의 한다.

야곱이 라반의 가축떼를 지키고 먹일 때에 그 양이나 염소의 새끼들 중 아롱진 것과 점 있는 것은 야곱의 몫이고 얼룩무늬가 없는 것은 라반이 차지하기로 하였다.

유전법칙 등 과학상식으로는 야곱이 절대 불리한 계약이다. 양은 희고 염소는 검은 것이 특징이며 얼룩무늬가 있는 것은 흔하지 않다. 더구나 계약 후에 라반은 얼룩무늬 있는 가축은 전부 골라내어 사흘길이나 되는 아들의 목장으로 격리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얼룩무늬 있는 새끼가 생길 것인가?

삽화가(작가미상)ㅣ가축의 물구유에 껍질을 깐 막대를 세워놓은 야곱ㅣ세밀화ㅣ1372ㅣ베드로 코메스토의 성경역사(채색필사본) 중에서 Illustrator of Petrus Comestor's 'Bible Historiale', France, 1372, Jacob puts peeled rods in the animals' drinking troughs, Miniature, Museum Meermanno Westreenianum, The Hague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다. 그 날쌘 야곱이 빈손으로 귀향할 수야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야곱은 나뭇가지로 희한한 마법을 펼친다.

야곱이 버드나무와 살구나무와 신풍나무의 푸른가지를 가져다가 그것들의 껍질을 벗겨 흰 무늬를 내고 그 껍질 벗긴 가지를 양떼가 와서 먹는 개천의 물구유에 세워 양떼를 향하게 하매, 그 떼가 물을 먹으로 올 때에 새끼를 배니 가지 앞에서 새끼를 배므로 얼룩얼룩한 것과 점이 있고 아롱진 것이 나온지라 (개역개정 창30:37-39)

야곱은 세 가지 나무의 푸른 가지에 흰 무늬가 생기도록 껍질을 벗겨서 그것을 양떼가 와서 먹는 개천의 물구유에 세워 놓았다. 양으로 하여금 교미할 때에 그것을 보게 하므로 아롱진 새끼를 낳도록 하였다.

야곱의 이 마법은 적중되었다. 어찌된 일인지 야곱의 목장에서는 얼룩무늬 양이 대량생산 되었다. 그 결과 5-6년 만에 야곱은 양떼와 낙타와 나귀는 물론 노비까지 거느린 큰 부자가 되어 금의환향 한다.

야곱이 만든 막대기가 요술을 부린 것인가? 사람이 동물의 임신조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혹시 이런 미신행위도 야곱이 기도나 환상으로나 하나님의 계시를 받고 한 행위일까? 의문이 꼬리를 물 뿐이다.

우리나라 주석서들을 보면 야곱의 계락에 동정적이다. 너무도 여러 차례 라반에게 속아온 야곱은 그 방위책으로 기발한 꾀를 내었다거나 야곱이 하나님이 도와줄 것이라 믿고 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일찍이 요한 웨슬레는 웨슬레 주석비망록(Wesley's Explanatory Note,1754-65)에서 '아마도 막대기를 세워 얼룩양을 생산하는 방법은 가나안 목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관습이었다. 라반은 자기 이익만 아는 자니까 그냥 당하고 있기보다는 불리한 계약이라도 야곱의 흥정은 불가피한 결정이다.'고 하였다. 하나님의 계시가 아닌 그만의 술책이지만 현실적으로 수긍이 가는 해석이다.

야곱의 술수나 마법이 여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간섭하시고 섭리하는 하나님의 강력한 힘의 결과라는 것을 야곱도 뒤늦게 깨닫게 된다.(창31:7-9)

창세기에는 우리가 납득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절대적 간섭을 여러 차례 목격한다.

야곱의 밧단아람에서의 20 년 삶이나, 요셉이 애급에 팔려가 총리가 되고 이스라엘 민족을 일으킨 기적은 모두 빈손으로 갔다가 큰 복을 받고 나온 이야기로서 평행선을 그리며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후세페 데 리베라ㅣ<라반의 가축과 함께있는 야곱>ㅣ점박이양을 안고 개천에 막대기 보인다 Jusepe de Ribera, , c.1638. National Gallery, London

야곱이 에서와 라반에게서 가장 귀한 것을 빼앗은 음모(schemes)와 계락(devies)도 불가사의 하다. '붉다'는 뜻의 에돔(Edom)이라는 이름을 가진 에서로 부터는 붉은 팥죽 한 그릇으로 가장 귀한 장자권을 빼앗더니, 장인인 라반의 이름은 '흰색'을 의미하는데 흰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그가 제일 귀하게 여기던 재물을 치지하게 된다(NIV스터디바이블).

야곱의 일생은 인간적으로 위선자며 사기꾼이다. 적어도 그가 늙어서 고향에 돌아와 벧엘에서 무너진 단을 수축하고 이스라엘이라는 새 사람으로 세우겠다는 여호와의 음성을 재확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야곱을 선택하였다. 하나님의 선택이 인간의 의지나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자유선택에 있다는 것이다.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어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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