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외교 무대에서 침묵을 지키던 한국이 윤석열 정부 들어 북한과 서로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는 외신의 평가가 나왔다.

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반박권까지 활용하며 북한의 논리를 일축하는 한국의 '변신'은 77차 유엔총회가 공식 개회한 작년 9월부터 두드러졌다"며 "유엔 총회 공식 회의장과 군축 문제를 다루는 제1위원회, 특별정치와 탈식민을 주제로 한 제4위원회 등에서 한국과 북한이 공방을 벌인 사례는 최소 7차례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달 22일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북한과 직접 관련이 없는 우크라이나 관련 특별총회에 참석해 북한 문제를 제기했다.

 VOA는 "한반도와 관련 없는 의제를 다루는 회의에서조차 한국과 미국을 비난해 온 쪽은 주로 북한이었지만, 이날은 한국만이 북한을 거론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했다"고 전했다.

당시 황준국 대사는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벌어지는 다른 모든 불법 활동을 규탄한다"며 "여기에는 북한과 바그너 그룹 간의 무기 거래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황 대사의 발언에 북한은 반박권을 요청해 한국의 주장을 일축했고, 한국은 재반박권을 얻어 북한의 반박을 또다시 반박했다.

또 같은 달 21일 '유엔 헌장에 관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자로 나선 한국 대표는 유엔사령부 해체와 한미 연합훈련 반대를 외치는 북한 측 논리를 반박하는 데 주어진 발표 시간의 절반을 할애했다.

77차 유엔총회 회기에서 남북 간 설전이 가장 두드러진 장소는 제1위원회 회의장이다.

군축 문제를 다루는 만큼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가 자주 논의되는데, 과거엔 유럽연합(EU)과 일본 대표가 주로 북한을 상대했다면 올해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과 맞붙었다.

특히 지난해 10월17일 제1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김인철 서기관이 미한 연합훈련과 미국의 군사활동 등을 강하게 비판하자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의 김성훈 참사관이 지난 30년간 북한의 약속 불이행 사례를 조목조목 나열해 눈길을 끌었다고 VOA는 평가했다.

VOA는 "2021년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던 한국이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과거와 확연히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며 "북한의 비난을 듣고만 있지 않고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면서 북한이 반박하면 재반박권을 요청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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