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부터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인 현 거리두기 단계를 2주간 더 유지하기로 하면서 백신 접종 완료자를 중심으로 한 거리두기를 일부 손질했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에 대한 일부 변화가 11월 초로 예정된 ‘워드 코로나’의 전 단계의 의미라 하더라도 그동안의 지나친 통제 위주의 방역으로 곪을 대로 곪은 사회 곳곳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발표 골자는 사적 모임의 수를 백신 완료자가 함께하면 6명에서 최대 8명까지로 늘린 것과 영업시간을 밤 10시에서 12시까지 두 시간 연장한 것 등이다. 이와 함께 교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예배는 4단계 지역의 경우 족쇄가 되었던 ‘99명 상한’ 기준이 해제되고 교회마다 수용인원의 10%까지, 또는 접종 완료자들로만은 최대 20%까지 회집이 가능해졌다는 게 전부다.

이처럼 아직도 매일 1천명에서 2천명 선을 오르내리는 방역 비상 상황 속에서 사적 모임에 대한 거리두기를 일부 완화한 것은 아무래도 백신 접종률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5일까지 백신 1차 접종률 78.4%, 완료율 62.5%를 기록하는 등 백신 접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러나 지난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간접적인 피해에 노출되었던 국민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정부가 매 2주마다 “2주간 더”를 외치는 동안 급격한 확산의 저지, 아니면 국민 피로도, 경제적 피해 회복 등 그 어느 것 하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둔 게 없었는데도 여전히 “2주간 더”를 이어가는 것이 도대체 무슨 원칙이고 근거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이어온 강압적 통제 방식의 방역정책이 옳았고 정당하려면 우리 사회가 지금쯤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릿수 이상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해외 입국자부터 통제해야 한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숱한 외침은 외면하고 오로지 국민을 옥죄는 방식의 방역정책을 고수해온 결과가 지금 1백명 대도 아니고 1천~2천명 대를 오르내린 지 두 달째라면 ‘희망 고문’은 약발을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과도하면 성과가 있든지, 성과가 없으면 과도하지나 말든가 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데 그나마 설득력이 있으려면 법적 근거라도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문제가 있다면 그야말로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해도 변명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서울시의 각 구청으로부터 방역수칙을 어겼다고 영업 정지 또는 폐쇄 명령 처분을 받은 일부 영세 자영업자들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행정당국의 조치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그 차제만으로도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한 행정당국의 조치에 얼마나 정당성이 결여됐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행정당국의 과도한 통제에 한국교회가 얼마나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실증 자료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무원 7,411명에게 종교시설 16,403개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현장예배 13,355개 교회 82%(10%의 소수 인원), 온라인 예배 351개 교회 2%, 미실시(교회 폐쇄) 2,693개 교회 16%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는 1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부 발표를) 한국교회 6만5천 개에 대입하면 1만여 개 교회가 폐쇄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나마 교회 예배에 참여하는 인원도 정부가 허락한 제한된 극소수의 숫자만(10% 내 99명한) 참석하고 있다는 정황”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정부가 백신 접종 완료율 70% 달성을 기준점으로 ‘워드 코로나’를 본격 시행하기로 한 첫 번째 이유는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을 방역의 새로운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K-방역을 띄우며 한때 코로나19 완전 종식을 자신하던 정부가 어느 날부턴가 코로나19를 마치 감기와 독감처럼 일상적으로 함께 가야 할 동반자쯤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변화가 뒤늦게나마 국민을 더는 희생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지 이도 저도 안 되니 다른 선진국들을 따라가려는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쉽게 단정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 어느 것이라도 이제껏 잘못된 방역정책을 고수해 온 것에 대해 정책적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면 그에 따른 보다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김부겸 총리는 “팬데믹의 긴 터널에서 출구를 찾기 위해 모두 최선을 다했고 이제 끝이 조금씩 보인다. 10월이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 수석은 문 대통령 부부의 백신 3차 접종을 설명하며 “대통령의 꿈은 ‘단계적 일상회복’에 실패 없이 도달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어 코로나를 이겨낸 ‘진짜 세계 1위 대한민국’이 되겠다는 것에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 정치적 의미를 갖다 붙이는 것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정부가 점점 더 정치 외교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좀 궁금하다. ‘위드 코로나’를 본격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매일 수십 명씩 확진자가 줄어드는 데 일본 당국자 누구도 이런 수치를 자신의 정치적 치적으로 삼으려 하는 데는 느리고 둔감해 보이기까지 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 놀랍지 않은가.

지난 1년8개월여 나라와 사회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준 교훈이 있다. 이제 “터널의 끝” “세계 1위 방역 국가” 등의 정치적 수사엔 더는 감흥도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역을 과학이 아닌 정치로 풀려한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 앞에 진솔하게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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