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나 거리를 나서면 길거리 음식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 떡볶이 가게를 누구나 기억하실 것입니다. 길거리 음식은 값이 싸서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인도의 길거리 음식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도의 수도 델리는 인도의 심장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색깔인데요. 1000년 동안 수도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인종들이 뒤섞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화와 역사의 용광로가 만들어내는 것이 다양한 색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트
인도의 길거리 음식 차트를 만들고 있는 모습. ©pikist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 ‘차트’라고 하는 것인데요. 차트는 ‘차트나’라는 단어로부터 왔습니다. 차트나는 ‘손가락을 빤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딥 프라이(Deep Fry, 온도가 높은 냄비에 버터나 기름을 많이 넣고 튀기는 것)를 한 감자에 갖가지 향신료를 버무리고 잘게 썬 야채를 섞어서 요거트와 짜트니를 버무려서 달고 시큼하고 맵고 오도독거리는 맛을 내는 것입니다. 짜트니는 과일, 설탕, 식초, 향신료를 버무려서 만드는데 음식을 먹을 때 케첩을 뿌려서 먹듯이 북인도에서 흔하게 뿌려서 먹는 것입니다. 길거리 음식도 다양한 인도의 문화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유명한 길거리 음식은 북인도의 꼬치구이라고 할 수 있는 ‘시크 케밥’입니다. 시크는 꼬챙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케밥은 주로 양고기나 닭고기를 잘게 다져서 갖가지 향신료로 양념을 해서 만드는 고깃덩어리를 의미하는데요. 쇠꼬챙이에 붙여서 숯불로 구워 먹기 때문에 시크 케밥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음식은 원래는 무굴제국의 왕실에서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1857년 무굴제국이 영국에 의해 망하고 난 뒤 실직을 한 왕실의 요리사들이 길거리 음식으로 만들면서 인도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 되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먹는 한 덩이의 케밥이 먼 옛날 무굴제국의 왕실에서 왕족들이 먹던 음식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면 역사 속에서 음식의 특별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길거리 음식이 사실은 인도의 정통 요리였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면서 인도 음식의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중의 하나가 ‘촐레 바투레’입니다. ‘촐레’는 삶은 병아리콩에다 여러 가지 향신료를 뒤섞은 것을 의미하고, ‘바투레’는 부풀어 오른 큰 빵을 의미합니다. 이 음식은 인도가 독립을 하면서 인도로 넘어 온 파키스탄 사람들이 가져온 음식이었습니다. 실향민의 아픔을 길거리 음식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속초에 있는 아바이 순대 마을이 함경도 실향민들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촐레 바투레는 파키스탄 실향민들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길거리 음식에도 역사의 깊은 의미가 숨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길거리 음식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길거리 음식을 통해 선교하고자 시도하신 선교사님이 계시는데요. 붕어빵을 만들어서 인도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시도를 하셨습니다만, 몇 달 만에 사역을 접고 말았습니다. 붕어빵이 인도의 문화와 역사의 틈을 비집고 길거리 음식으로 데뷔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겠지요. 길거리 음식 하나에도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깊이 버무려져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선교의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yoonsik.lee2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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