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엄마들이 아이를 무릎에 앉혀 두고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풍경은 익숙하다.

나의 경우, 아이의 얼굴을 마주 보며 책의 내용을 한번 봤다가 수어와 몸동작을 크게 해서 보여준다.

그 이유는 내 무릎에 아이를 앉혀 두고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가 잘 듣고 있는지,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아이와 마주 보고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도, 집에서도 책에 부쩍 관심이 늘어난 아이를 앞에 두고 고민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내 방식대로 계속 읽어줘도 될까?

육아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3살까지가 언어 습득 시기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중 언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두 가지 공용어가 있다. 한국어와 한국수어. 그래서 이중 언어는 크게 구어와 수어로 분류된다.지난 2016년에 시행된 한국수화언어법의 내용에는 한국어와 동등한 위치인 한국수어의 위상을 존중하고 인정한다.

그래도 고민을 아주 오래 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돌봄 선생님이 아이의 어린이집 하원을 담당하고 있어서 내가 퇴근하고 오는 시간까지 아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돌봄 선생님이 음성으로 읽어주는 동화책과 엄마가 손으로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는 조금 혼란스럽겠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적응되리라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내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두 가지 언어를 일찍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어와 표정, 그리고 책에서 보여주는 동작 그대로 아이에게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아이는 아주 환한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에게 화답한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지금처럼 꾸준히 마주 앉아 수어로 동화책을 읽어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 아빠의 서재로 향하는 아이의 발걸음은 신이 났다. '쿵쾅쿵쾅'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아이가 걸어간 바닥의 진동은 이내 나에게 기쁨으로 전해진다.

농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독서 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애인복지관과 농아인협회도 있다.

아이들의 올바른 언어발달을 위해 마련된 언어발달 지원 서비스가 있다는 것이 고맙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상자 선정과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지원되는 서비스의 영역이 한정적인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불편한 서비스들이 개선되어 농인 부모들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아이에게 읽어 줄 수 있도록 보이는, 들리는 동화책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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