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회심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폴 헬름의 '회심, 그리스도인의 시작'(원제 'The Beginnings: Word & Spirit in Conversion)이 발간됐다. 스테디셀러였던 2003년 '회심, 하나님께로 돌아서다'의 개정증보판이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종교철학 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회심 전과 후의 그리스도인을 대비시키고, 회심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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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회심 전 그리스도인에 대해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된(alienated)" 상태라고 표현한다. 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하나님과 분리되어 있으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반대하는 것과 짝지어 살고 있다.

이러한 상태는 '죽음'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 그 증거는 "사람들 속에 있는 기본적인 불경건함,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교묘한 회피,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행위들"이다. 저자는 이 '죽음'이 '영적인 죽음'이기 때문에, 이 상태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영적인 삶"밖에 없다고 말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십시오', '마음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애쓰십시오' 같은 심리적, 윤리적 접근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특히 이런 접근법들은 해롭기까지 한데, 이것들이 문제의 근본에 있는 '하나님과의 관계' 이슈를 아예 차단해버리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회심이란 "영적 생명이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 선물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통해 주어지며 하나님과 인간에 관한 진리를 요건으로 한다. 단순한 "심리학적 조작"이거나 "세뇌의 결과", "자기 확신의 기교"가 아니다.

도서 『회심, 그리스도인의 시작』
도서 『회심, 그리스도인의 시작』

또 회심은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변화들 가운데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로서, "창조자가 되시고 주님이 되시는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의 변화"이다. 이에 회심은 다른 사람에게 입증할 수는 없더라도, 회심 당사자에게는 매우 드라마틱하게 체험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회심을 경험한 그리스도인은 인생의 방향을 기꺼이 다시 설정한다. 회심 전에는 하나님의 형상을 거슬러 살았지만, 이제 하나님을 뜻을 궁금해 하고 하나님을 섬기려고 한다. 십자가에 예전 삶을 못박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회심이 여타 종교적 경험과 분명히 차별화된다고 강조한다. 불교, 이슬람 등 세계 주요종교와 기독교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부적인 것들은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는 차원을 넘어, 근본적으로 기독교는 이들 종교와 다르다는 점이 회심에 대한 이해에서 드러난다고 말한다. 즉 "회심의 한 측면인 '죄인됨'을 자각하고 죄를 회개하는 것 없이는 기독교의 복음에 따르는 구원의 은혜를 체험할 수 없는"데, 이런 체험은 여타 종교에서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 정신을 압도하는 록 음악, 마약, 명상 등과도 비교될 수 없다. 회심은 "영적이고 신학적인 틀 안에서만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날 교회가 회심에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예전에는 '회심', '중생' 같은 말들을 곧잘 사용했지만, 요즘 교회는 이런 말들을 배제한 채 단지 '당신의 마음을 예수님께 드리십시오' 같은 애매한 표현 사용에 그치곤 한다고.

그는 "이런 변화를 단지 언어적인 것으로 치부하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언어와 사고, 그리고 체험에는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모호하고 정확하지 못한 언어를 사용하면 체험 또한 언제나 모호하고 정확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 폴 헬름은 영국 킹스대학,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신학대학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저서로는 'Faith with Reason', 'Calvin at the Centre' 등이 있다.  

회심, 그리스도인의 시작 ㅣ 폴 헬름 ㅣ SFC ㅣ 184쪽 ㅣ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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