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주기도문의 변경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주기도문 중 마태복음 6장 13절을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lead us not into temptation)"를 "우리를 시험에 빠지게 말게 하옵시고(do not let us fall into temptation)"로 바꾸는 것을 승인한 것.

미국의 가톨릭 신문인 더 유에스 카톨릭(The U.S. Catholic)은 최근 교황청(바티칸)이 최신 번역판에서 '신학적, 목회적, 문체적 관점에서' 실수를 발견한 전문가들의 16년의 연구 끝에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주기도문을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2017년 주기도문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lead us not into temptation)"라는 부분에 대해 "거짓된 빛으로 하나님을 묘사한다"고 주장하면서 변경을 지지하는 입장을 처음으로 내비쳤었다. 

당시 교황은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를 시험으로 인도하시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시험에서 즉시 일어나도록 도우시는 분"이라면서 "이것은 좋은 번역이 아니다. 하나님을 시험으로 유도하는 분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이어 "당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이는 사단"이라면서 "그것은 사단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다른 번역본들은 현대적 언어로 이미 변경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어 성경은 주기도문을 이미 'do not let me fall into temptation'로 변경했다"면서 "왜냐하면 시험에 빠지는 이는 주님이 아니라 나이며, 주님은 우리가 어떻게 시험에 빠지는지 보기 위해 시험하는 분이 아니다"고 했었다.

주기도문은 마태복음 6장 9-13절에 기원한 것으로, 논란 가운데 있는 구절은 13절이다. NIV 성경은 이 부분을 "And lead us not into temptation, but deliver us from the evil one"로 번역했는데, NIV는 구 라틴어성경인 벌게이트 역본(Latin Vulgate)을 영역한 것이다. 그리고 벌게이트 역본은 4세기 후반 교부 제롬이 고대 헬라어를 라틴어로 번역한 것이다.

주기도문의 변경 제안은 다양한 종교계로부터 상반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교황에 대해 지지하는 일부에서는 찬성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트리니티복음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의 신학부 학장인 데이빗 파오(David W. Pao) 박사는 크리스천포스트에 주기도문 변경 제안에 대해 "시험 청원이라는 아람어적 기원이 허용의 느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예수님은 아람어로 말씀하셨다)"는 생각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허용의 느낌은 1세기 유대인들이 친숙할 수도 있었던 유대인들의 기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비슷한 청원과 일치한다(cf. b. Ber. 60b)"고 덧붙였다.

또 "뿐만 아니라, 주기도문에서 계속되는 청원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deliver us from the evil one,' 마 6:13b))은 분명히 사람들을 죄로 인도하는 존재가 사단, 악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시험에 빠지게 하는 분이 하나님인 것처럼 생각하게 수도 있어서 변경해야 한다는 교황의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것.

파오 박사는 제안된 새로운 용어에 대해 "헬라어 본문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청원의 의미를 철저하게 다루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째로, 이 허용적 느낌은 헬라어 성경의 마태복음 6장 13절 전반부에서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면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lead us not into temptation)'는 이 청원의 최고의,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특정한 해석을 가미한 번역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둘째로, 시험은 '죄로 인도하는 시험'으로 이해된다(갈 6:1절을 보라). 그런데 하나님은 사람을 그러한 시험으로 인도하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약 1:13-14절을 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의 배후에 담긴 근본적인 헬라어 단어는 일반적으로 테스트(test)로 더 자주 의미할 수 있고, 성경은 하나님을 그의 백성에게 시험(test)의 시간으로 인도하시는 분으로 묘사한다(예, 신 8:2,16)"고 지적했다.

파오 박사는 "청원은 시험(test)의 시간 중이거나 그것이 오고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면서 "그래서 이 청원은 하나님께 그러한 시험(test)의 와중에 죄에 빠지지 않도록 그의 백성들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마 26:39,41))"고 강조했다.

파오 박사의 지적은, 교황에게 깊은 신학적, 특히 헬라어와 아람어에 대한 언어학적 이해가 없다는 것이다.

남침례신학대(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총장이자 주기도문 관련 책의 저자인 알버트 몰러(Albert Mohler) 총장은 이번 변경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애틀타임즈에 "나는 충격을 받았고 소름이 끼쳤다"면서 "이것은 주기도문이다. 이것은 교황의 기도가 아니다. 지금껏 그래왔다. 우리는 신약에 예수님의 말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예수님의 말씀을 교황이 변경하려고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심각한 문제 정도가 아니라 숨이 멎을 정도의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톨릭계에서도 교황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톨릭 월드 뉴스(Catholic World News)의 편집장인 필립 로울러(Philip F. Lawler)는 뉴욕타임스에 기존 번역본에 대한 교황의 비판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황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습관이 있다. 이번 일도 그런 사례 중 하나"라면서 "그것이 어디서 멈출지, 다음에는 또 뭘 할지 당신을 의문스럽게 할 수 있다. 그것이 누적된 불안"이라고 덧붙였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