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오는 11월 6일 미국에서는 세계의 관심이 쏠린 대통령 선거와 함께 주목은 덜 받지만, 상원의원의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 의석을 새로 뽑는 총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지금 미국 공화·민주 양당은 총선에 출마할 '선수'를 고르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일단 당내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1차 관문을 통과해야 11월 총선에서 상대 당 후보와 맞붙는다.

정치권에서 강하게 부는 세대교체 바람에 의정 생활 수십 년 경력의 관록 있는 정치인들이 당내 경선에서부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실상 인생의 마지막 티켓을 따낸 노장(老將)이 있는가 하면 이번 회기를 마지막으로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면서 야인으로 돌아가는 미국 정치권의 간판 스타들도 허다하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프라이머리에서 전국적 관심을 받았던 두 사람, 민주당의 찰스 랭글 하원의원(뉴욕)과 공화당의 오린 해치 상원의원(유타)은 당의 지원을 받은 젊은 도전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여곡절 끝에 '기사회생'한 케이스다.

6선(選)인 해치(78) 의원은 1976년 상원에 처음 등원한 이래 프라이머리에서 최초로 경합해 당내 강경파인 티파티(tea party)의 지원을 받은 도전자인 댄 릴젠퀴스트 전(前) 유타주 상원의원을 물리쳤다.

티파티 운동의 주요 정치 자금줄인 프리덤웍스는 해치의 도전자를 도우려 거의 90만달러를 썼다.

그러나 그는 전날 선거에서 거의 40%포인트 차이로 앞서자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해치 의원이 11월 본선에서도 이겨 7선으로써 6년 임기를 또 채운다면 그의 상원의원으로서의 42년 봉직은 미국 정치사(史)에서 최장 기록이 된다.

그는 상원 재무위원회 공화당 간사를 지내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으로 하원 내 대표적 지한파인 찰스 랭글(82) 의원도 전날 당내 프라이머리에서 히스패닉계인 애드리아노 에스파이아트 뉴욕주 상원의원을 45% 대 40%로 따돌리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뉴욕 할렘이 포함된 그의 지역구는 민주당원이 97%를 차지하는 곳이어서 총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해 22선 고지에 올라설 전망이다.

42년 의정경력의 랭글 의원은 2010년 윤리규정 위반으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하원 세입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며 한때 정치적 고비를 맞았지만, 그해 가을 재선에 성공했다.

반면 고배를 마신 인사도 있다.

해치 의원처럼 7선에 도전했던 공화당의 리처드 루거(80·인디애나) 상원의원이 대표적 인물이다.

지난 36년간 미국 의회의 외교를 좌지우지했던 거물이지만, 보수 성향 티파티의 조직적 지원을 받은 신예 정치인에게 패배했다.

43세이던 1976년 상원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 1985~1987년, 2003~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했다.

대화와 타협, 중재를 중시하는 초당적 정치·정책 행보로 명성을 쌓아 민주당으로부터도 존경을 받았으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갈수록 심화하는 당파적·비타협적 대립 구도에서 당내에서 역풍을 맞은 셈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미국정치권 #세대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