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19일, 종로구 사간동의 화쟁문화아카데미(대표 조성택 교수)에서는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의 3부 “지금여기: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시작됐다. 그간 논의해왔던 한국 기성종교들의 문제점과 그 원인을 토대로 앞으로 한국 종교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찰하는 자리가 마련될 이 자리에서, 첫번째 발제를 맡은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사회적 영성”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이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 ©화쟁문화아카데미

김진호 연구실장은 “영성”이 세계적으로 “종교적 제도나 양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수행적 효과의 차원에서 종교성을 지니는 범주들”에 걸쳐 폭넓게 드러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와 같은 영성운동이 “체험으로서의 종교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지적하며 곧 기성 종교제도가 더 이상 구원의 매개자로서 기능하지 못할 때 드러나게 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루어지고 있는 영성 운동은 기본적으로 자기 중심적 이분법에 빠져 있음을 논했고, 이것이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영성 운동은 그리스도교가 애초에 발전시켰던 그것과는 다르다고 지적하며 “그리스도교 영성은 지극히 낮은 타자와 나/우리의 만남, 그로 인한 두 존재의 자기초월적 유착을 가리키는 감성적 언표”임을 강조했다.

이에 착안해 김진호 연구실장은 “사회적 영성”을 제안했다. 그는 기존의 영성은 제도 순화적으로 길들여져 온 실패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과제가 필요하다 했다. 첫 번째는 “탈신학적 탐험”, 즉 그리스도교의 내부에 존재하는 타자됨의 영성, 그리고 그리스도교 외부에 그리스도교의 영성과 계보학적 유사성을 가진 요소를 발굴하는 탐험을 역설한다. 다음으로 이렇게 발굴된 영성들에 이름을 짓고 새로운 신학적 서사를 만드는 것이며, 마지막 과제는 영성의 담론을 실천의 범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성택 대표는 서구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은 영성현상의 일부로서 일어났으며, “현재 한국 불교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영성은 이러한 서구의 맥락을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김진호 연구실장이 제시한 “타자됨의 영성”을 보살의 “동체대비”와 연관시켰다. 그는 “보살의 동체대비는 실천적 단위에서는 내가 타자가 되는 것”이라고 평하며 “실천되지 않은 깨달음은 깨달음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근수 소장은 “발제문이 제시한 맥락에는 동의하지만, 영성이라는 말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강하게 의심이 든다”며 “결국 영성 운동이란 정치적 저항을 종교적인 방식으로 해소 내지는 축소하는 것”이라고 평하여 김진호 연구실장의 입장과는 선을 그었다.

이어지는 토론은 두 가지 관점에서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는 현재 붐을 일으키고 있는 영성 운동이 신자유주의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였다. 조성택 대표는 신자유주의가 종교포럼에서 종종 대표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문제일 수 있지만, 그것을 실체화시킨다고 하더라도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며 “종교의 역할은 신자유주의와 같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탐욕’을 더 깊이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달리 김근수 소장과 김진호 연구실장은 신자유주의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라는 점에서 이를 더욱 전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보다 탐욕이라는 더 근원적인 문제를 논의하자는 조성택 대표의 의견에 대해, 김진호 실장은 “신자유주의는 우리의 생각보다 종교에 훨씬 깊이 침투해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신자유주의를 신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왕성하게 시도되고 있으며 이렇게 개발된 여러 ‘영성 상품’이 중산층 이상에게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고 평하였다. 김근수 소장 또한 “가톨릭에 신자유주의적인 경향을 가진 여러 영성모임이 있는데, 이러한 모임은 결국 현재 종교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이고 권력적인 문제를 외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논의는 감성과 영성의 문제, 영성 자체를 왜 연구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나아갔다. 조성택 대표는 “서구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이성과 감정으로 나누고, 이 중 감정적인 경향을 감성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성과 감정을 나누지 않고 ‘마음’만을 제시한다”며 “감성은 대상에 대해 느끼는 직관적인 느낌, 기독교의 사랑과 같은 것을 말한다”고 했다. 김진호 실장은 “신학에서는 방언 등의 종교적 감성체험들을 다루지 않는다. 감성을 분석의 대상이나 문제적인 현상으로 여기지 않으려는 지식공동체의 담합이 있엇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며 “그러나 신학계에서 무시해 왔던 이러한 체험들을 신자유주의와 대형교회는 상품화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근수 소장은 “해방신학의 논의는 김진호 실장의 주장과 방식만 다를 뿐 사실상 같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정치적 사랑’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라고 평했다.

이어지는 플로어 토론에서는 종교체험의 윤리성 문제, 종교체험과 여성의 문제 등이 다루어졌다. 새로운 방향의 제시라는 지점에서 오히려 토론은 활기를 띄었고, 각각의 종교전통이 취하는 세계관과 가치관의 차이가 더욱 도드라졌다.

한편 다음 종교포럼은 제3부 “지금여기: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두 번째 자리이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이 “자유와 해방”이라는 주제로 해방신학에서 바라본 한국 가톨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제8회 종교포럼은 10월 17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며, 참여 신청은 홈페이지(www.hwajaeng.org)를 통해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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