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인도네시아에서는 대통령이나 아주 높은 사람이 돌아가셨을 때 아랍어인 '와팟'(Wafat)'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런데 꾸란에서 이 '와팟'을 예수님께도 사용해 인도네시아 이슬람 학자들이 논쟁을 벌입니다. 몇 가지 단어로 예수 그리스도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꾸란 내용과 성경을 비교하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접촉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15일 서울 방배동 한국OMF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OMF 일일세미나'에서 안데르시우스 남시 목사(Andersius Namsi)는 "무슬림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꾸란과 복음의 접촉점을 찾아야 한다"며 "처음부터 다름을 강조하며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데르시우스 남시 목사가 무슬림 상황화 사역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인도네시아OMF 필드디렉터이며, 인도네시아 출신 첫 OMF 선교사인 남시 목사는 "와팟은 영면하거나 잠자는 상태, 혹은 영혼은 하나님 손에 있으나 기절한 상태, 생물학적 죽음 등을 의미한다"며 "사도바울 역시 믿는 사람들의 죽음을 '죽었다'고 말하지 않고, '잠자고 있다'고 했다"며 무슬림에게 예수님을 소개하는 접촉점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꾸란에는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나 성경은 굉장히 자세히 설명한다"며 "꾸란의 한계를 알고, 무슬림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수라 109장은 유대인, 기독교인처럼 단일신을 믿는 이들에게 '너희가 믿는 하나님과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같다'고 말했고, 당시 우상을 숭배하고 다신교를 믿는 이방인(카피르·Kafir)에게는 '너희가 예배하는 하나님을 예배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요즘 이슬람에서 '카피르'라는 말은 예수 믿는 사람 등 모든 비무슬림에게 적용하고, 그들이 믿는 하나님과 알라는 다른 분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무하마드가 세력이 약했던 메카에서는 비무슬림에게 우호적이고 평화를 표방했다가, 메디나에서 정치적, 군사적으로 강성해지자 비무슬림과의 전쟁을 명령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무하마드는 종교 지도자 역할을 맡았으나, 결국 당시 정치 지도자였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이슬람을 설명할 때 될 수 있으면 정치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신학적 측면에서 설명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람도 처음에 무하마드가 계시 받았을 때는 유일신 개념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라, 무하마드, 종교정치적 요소'의 삼각형 구도가 된 것 같고, 현대 이슬람을 보면 '알라와 무하마드, 종교정치적 요소와 지역(지방)'의 사각형 구도로 나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이슬람을 정치와 구분하기 쉽지 않으며, 저는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해석들을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대부분 이슬람 관련 세미나에서는 정치에 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어, 이슬람의 원래 생각을 들여다보기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OMF 일일세미나 강사로 나선 인도네시아OMF 지도자들이 무슬림 상황화 사역에 대해 소개했다. 왼쪽부터 통역을 맡은 손창남 선교사, 인도네시아OMF 동원사역자 나다나엘 게아 목사, 필드디렉터 안데르시우스 남시 목사.   ©이지희 기자

이날 통역을 맡은 손창남 OMF 선교사는 "제가 이해하는 것은 무함마드 초기와 달리 1500년 후 현대의 많은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기독교인을 카피르라고 한다"며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하루 5번 기도하지 않고 할랄음식도 먹지 않는 기독교인이야말로 진짜 카피르이며, 꾸란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지만 무함마드 초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안데르시우스 남시 목사는 "또 기독교와 가톨릭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무슬림에게는 기독교인이 세 하나님을 섬기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카피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삼위일체의 한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을 그들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을 강력히 거부하는 무슬림들로 인해 이슬람 선교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대해 그는 "특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텔레비전과 동네 회당 등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들리고, 모든 텔레비전 드라마와 프로그램 내용에서 이슬람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인의 선교가 아주 작게 여겨질 수 있다"며 "하지만 선교를 하는 것은 과거 식인종이었던 다약족으로 태어난 저처럼 과거의 나쁜 인간을 좋은 인간으로 만드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또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비전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모범적인 삶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었던 바울은 더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되었다"며 "이슬람과 기독교가 정치적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금,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살려면 그들의 상황에 맞춰 복음을 전해야 한다"며 "순교도 귀하지만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는 선교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OMF 일일세미나 강사로 나선 인도네시아OMF 동원사역자 나다나엘 게아 목사.   ©이지희 기자

한편, 남시 목사와 처음 방한한 인도네시아OMF 동원사역자 나다나엘 게아 목사(Natanael Gea)는 이날 심각한 박해 지역인 인도네시아 A지역에서 10년간 무슬림들과 사귀며 사역했던 경험과 핍박 받았던 경험을 전했다. 작년에 사역 현장을 떠나 자카르타로 이동한 그는 어부, 오토바이 운전사, 마을 아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A지역에서는 사역자들이 잡히고 감옥에 가는 일이 종종 일어나며, 개인과 가족의 건강 문제, 사역자가 집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 등의 도전이 있다"고 말했다.

게아 목사는 "A지역 사람은 반드시 무슬림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이슬람 옷을 입고, 여성은 히잡을 쓰며 남성은 금요일에 이슬람 성원에 가지 않으면 붙잡아간다"며 "2011년에는 17개 교회, 2012년에는 11개 교회가 건축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쇄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A지역에서 볼 수 있는 교회에는 외지 사람들만 모이는 교회다.

또 A지역에서는 십자가와 비슷한 모든 상징물이 의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게아 목사는 "쓰나미 피해 후 아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일본 만화책을 전달하려 한 적이 있다"며 "만화책을 소개하는 포스터에 있는 땅에 꽂힌 칼 모양이 십자가 모양이라며, 기독교인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공격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한 번은 아이들을 초청해 색칠하기 활동을 하는데, 종이에 그려진 모래산이 교회를 지으려는 그림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몇몇 무슬림이 그의 집을 가해하려고 일부러 '예수님이 주시다'라는 글귀가 쓰인 종이를 만들어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촌장이 중간에서 음해를 막아주고 그를 변호해 줬다.

"A지역에서 많은 도전이 있지만, 우리는 분명히 하나님이 역사하고 계신 것을 믿는다"고 말한 그는 "우리를 파송한 교회 성도들도 '오랫동안 섬겨도 믿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거기 있느냐. 다른 곳에 가서 복음을 전했다면 더 많은 그리스도인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하나님이 신실하신 것처럼 우리도 신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급증하는 무슬림과 어떻게 접촉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먼저 그들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며 "의사소통을 할 때 그들의 문화코드를 갖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아 목사는 "사실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하지만, 단 몇 마디만 할 수 있어도 마음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가가고 싶은 대상이 어떤 부족인지 알면, 그 부족의 인사말을 하면 정말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그는 "무슬림과 친해지려면 그들이 금식할 때 그들 앞에서 먹지 않고, 그들이 불결하게 생각하는 음식을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며 "그들을 전도 목표, 선교 목표로 접근하기 보다 하나님의 계명대로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데르시우스 남시 목사는 "한국에는 윗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슬람도 나이 많은 사람을 굉장히 존중한다"며 "그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무슬림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거나 그들이 믿는 것을 모욕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라며 "굳이 그들 앞에서 팔레스타인 편을 들 필요까지는 없어도, 중동 지역에서 사건이 일어날 때 '마음이 안 좋다'는 정도로 말하며 중립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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