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를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 지를 심리하기 위한 첫 공개변론이 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에선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선량한 성(性) 풍속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는 합헌(존치) 측과 '생계형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 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는 위헌(폐지)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창종 재판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신청인 측과 이해관계인 및 참고인들의 입장을 들었다.

이날 공개변론은 성매매 특별법이 처음 제정된 2004년 3월22일 이후 약 11년(4036일) 만이다. 서울북부지법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던 2012년 12월13일 이후 2년 4개월(848일) 만이기도 하다.

헌재의 심판대에 오른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태원 법무부 국가송무과 검사는 모두진술을 통해 "성매매는 우리 헌법의 근본가치인 인간 존엄성과 모순되며, 선량한 성 풍속과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매매를 금지·처벌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성매매 특별법은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청인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정관영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생계형 성판매자의 경우 대부분 생계 유지의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가 이를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성매매를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의 범주로 볼 수 있는지 ▲성매매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성매매 특별법의 입법 목적과 정당성 ▲성매매 처벌이 성매매 근절에 실효성 있는 수단인지 등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성매매는 단순한 사생활의 영역이 아니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범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성매매를 근절하지 않는다면 성을 사고파는 게 자연스러워져 그릇된 가치관이나 성의 상품화가 확산될 우려가 있으며, 성매매 특별법 시행 전후를 비교하면 성매매 집결지와 종사자 숫자가 줄어드는 등 실효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정 변호사는 "성 영역에까지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할 수 없고,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특정인을 상대로 한 축첩행위(첩을 두는 행위) 등은 처벌되지 않아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풍선효과는 여전하다고 맞섰다.

성매매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여성을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놓고서도 공방이 치열했다.

법무부 측은 "성 산업을 번창시켜 산업 구조를 기형화 시킬 수 있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성매매를 허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유해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변호사는 "북유럽 선진국의 입법례를 볼 때 제한된 구역에서 성을 판매하는 공창제가 대안이 될 수 있고, 적어도 생계형 성판매자와 비생계형 성판매자는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성매매 관련자 처벌을 규정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의 21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이 9일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많은 방청객들과 취재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2015.04.09.   ©뉴시스

참고인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위헌 주장을 펼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판매 여성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고 동굴로 몰아 넣어야만 하느냐"며 "성매매 특별법은 당초 목표대로 성을 파는 사람은 보호하고 강제적 성매매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강자 전 서울종암경찰서장(현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은 "집창촌에 있는 취약 여성들은 생계형으로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이라며 "생계를 위한 성판매자와 성구매를 필요로 하는 성적소외자가 존재하므로 특정한 지역에 한해 성매매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합헌 주장을 펼친 오경식 강릉 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성매매 특별법이 안착되면서 어느 정도 '성매매는 범죄'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심어지는 등 순기능을 발현하고 있는 상태"라며 "입법 취지, 해외입법례 비교 등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현희 변호사도 "성 행위 자체는 물론 사생활의 영역이지만 성매매는 금품수수 등 경제적 영역이 혼합되면서 사회적 영역으로 전환된다고 볼 수 있다"며 "성매매가 직업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공공에 유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합헌'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2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화대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김모(44·여)씨가 재판을 받던 중 "성매매가 아니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 이를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서울북부지법은 김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2012년 12월13일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날 공개변론은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5시30분께 종료됐다. 박한철 헌재소장 등 재판관들은 신청인측과 이해관계인측뿐 아니라 증인들의 주장이 모호할 때마다 그 취지가 맞는지 되물으며 심리를 진행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 내용을 참고해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한 뒤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선고 기일은 추후에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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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