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되도록이면 사모가 교회 일에 나서지 못하게 합니다. 자칫 저와 교인들 사이에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가 예전 한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교회에서 사모들이 겪는 고충과 애환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목회 동역자로 교회에서 없어선 안 될 사람, 그러나 집사·권사·장로, 그 어느 직분에도 속하지 않는 평신도 아닌 평신도, 바로 사모다.

교회에서 사모들은 대개 어떤 역할을 할까. 명시된 직분이 아닌 만큼, 이렇다 할 책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교회 규모에 따른 사모의 역할은 비교적 분명하다.

개척교회에서 사모들은 상담자이자 교사이며 동시에 청소며 빨래, 부엌일 등 허드렛일을 도맡는 집사이기도 하다. 게다가 피아노 반주에 교회 차량 운전사까지,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어가 따로 없다. 그래서 교인들 사이에선 “사모 없인 교회 개척도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다.

그러다 교인 수가 늘고 교회가 성장하기 시작하면 사모의 역할도 차츰 변한다. 정확하게는, 줄어든다는 표현이 맞다. 개척교회 시절, 일인다역을 소화하던 사모는 점차 그것을 성도들에게 이양하게 되고 자연스레 목양 일선에서 멀어진다. 이런 과정에서 허탈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을 겪는 사모도 더러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만의 자리를 찾아 가는데, 주부로 가정에 집중하거나 교인 상담 등 제한적 역할에 만족한다.

한국대학생선교회 박성민 목사의 아내 김윤희 사모는 “남편이 출장 갈 때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챙겨 가방에 넣는 일부터 시작해 다양한 방법으로 (남편의) 사역을 돕는다”며 “가끔 남편이 해야 할 설교나 성경공부 모임 인도를 대신할 때도 있다. 사모의 역할에는 한계와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청소에 빨래, 피아노 반주와 차량봉사까지 교회에서 일인 다역을 소화하는 사모들. 교회 성장에 필수적인 존재지만 그 역할의 특수성으로 인해 고충 또한 다양하다. 사진은 한 세미나에 참석해 위로받고 있는 목회자 사모들. ⓒ크리스천투데이 DB


사모가 겪는 고충 또한 다양한다. 교회에 분명 필요한 존재지만 집사나 장로 등 뚜렷한 직무 규정이 없어 자주 갈등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목사와 교인들 사이를 중매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로 작용하는가 하면, 그 역시 평신도임에도 목회자와 같은 윤리수준을 요구받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김동호 목사가 사모의 교회 사역에 제한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대부분 교인들도 사모가 목회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린다.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의 아내인 우명자 사모는 “사모는 하나님의 소명으로 부름받은 영적 들러리의 자리”라며 “신부를 취하는 자는 신랑이나, 신랑의 음성을 듣고 친구가 기뻐하듯, 사모는 선교적 중매자이자 들러리로 함께 기뻐한다”고 말했다.

사모들 역시 얼마든지 그 자리에 만족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한 말이지만 ‘들러리’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사모는 교회에서 ‘제3자’임에 틀림없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아내 윤난영 사모도 “젊은 나이에 목회자의 아내가 되어 주변에서 사모님이라 불렸지만, 사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몰라 두렵고 떨렸다”며 “좌절과 아픔, 연단을 겪으며 자아를 주님 앞에 내려놓은 과정을 20년 넘게 겪었다”고 사모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교회 성장에 있어 사모의 역할은 지대하다는 평가다. 교계 한 가정사역 전문가는 “교인들, 특히 여성 교인들은 남성인 목사에게 다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안고 있기 마련”이라며 “그 때 사모는 목회자가 할 수 없는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 사역자로서의 능력을 갖춰 목회를 돕는다면 그 누구보다 훌륭한 목회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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