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최형두 국회 대변인과 장대섭 의사국장이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정한 담뱃세 관련법 등 14개 예산부수법안을 발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정부가 '종교인 자진납세'를 주 내용으로 한 종교인 과세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지만 일부 개신교계의 반대와 정부여당의 부담으로 사실상 무산될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1월 1일 시행령을 통한 '종교인 원천징수 과세' 방침을 밝히고 있어 실제 시행 여부에 주목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6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할 31개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이하 예산부수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야의 예산안 합의가 불발되면 이들 법안은 자동부의된다. 이 안에 종교인 소득세 과세 방안 등을 담은 법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등은 제외됐다. 국회 관계자에 "이 법안이 제외된 것에 정치적 의미가 전혀 없다"며 "내년도 세수 규모에 큰 영향이 없고, 발의 당시 예산부수법안으로 신청하지 않아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소득세법 개정안 도입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조세소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도 "안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일부 개신교계의 극심한 반대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종교인 과세' 입법화를 위해 천주교, 개신교, 불교계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시 천주교, 불교 인사들은 수용의사를 밝혔지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관계자 등 일부 개신교 인사는 "종교전쟁", "여론심판"의 표현을 사용하며 극심한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종교인 자진납세'를 주 내용으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부터 시행령에 따라 종교인들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 제도를 전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종교인이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을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기타소득' 가운데 '사례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교회, 사찰 등 종교단체들은 내년 1월부터 종교인들이 받는 급여 가운데 필요경비 80%를 제외한 20% 가운데 22%(부가세 포함), 즉 소득의 4.4%를 세금으로 원천징수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행령 규정을 삭제하거나 시행 시점을 연기하라고 요구하는 개신교계 입장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시행령을 개정하려면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하기에는 종교인 과세 규정이 시행되는 내년 1월1일 전까지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 가운데 '사례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이 이미 개정돼 있다"며 "별도로 법률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행 시행령에 규정된 대로 원천징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종교인들 입장에서는 24일 논의한 개정안이 정부의 시행령보다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의 위원장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시행령이 이미 개정돼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이 법안을 건드리지 않으면 오히려 종교인들이 더 반대하는 방향으로 시행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을 통해 '종교인 과세'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어서 일명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 정부의 권한 밖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게다가 시기상으로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개혁과 부동산 중개료 인하로 관련 집단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어 종교인과세로 개신교단까지 등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6년에는 총선, 2017년에는 대선이 있어 내년 시행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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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종교인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