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철수 이후 이라크에서는 처음으로 전국적인 총선이 치러졌다. 다수당인 법치국가연합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과반수를 넘지 못할 시 연정 구성에 따른 정국 혼란을 수습해야하는 숙제가 있다. 이날에도 곳곳에는 투표소를 겨냥한 폭탄테러가 잇따랐다.

30일(현지시간),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바그다드에서 투표를 한 뒤 "이제 우리는 이라크 땅에 아무 외국군이 없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총선을 치르게 됐다"면서 "나는 모든 단체들이 지난날을 뒤로 하고 새로이 형제적 우정을 나누는 새 국면을 맞자고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총선거가 시작된 가운데 바스라에서 한 여성 유권자가 딸을 안고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미군이 2011년 이라크에서 철군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것으로 유권자 2200만 명은 이날 오후 6시까지 328개 의석에 앉을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2014.04.30   ©【바스라=AP/뉴시스】

2011년 12월 미군의 완전 철수 이후 처음이자 2010년 3월 이후 4년1개월여 만에 치르는 이번 선거에는 36개 정당연맹체와 71개 정당 소속 9천여 명의 후보가 328개의 의석을 놓고 겨룬다. 전체 인구 3천480만 명 가운데 18세 이상 유권자 2천200만 명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전국 18개 주에서 일제히 문을 연 4만8천여 개의 투표소는 이날 오후 6시에 줄을 선 유권자들이 투표를 끝낼 때까지 운영됐다. 국외 부재자 투표는 이에 앞선 27∼28일 전 세계 19개국에 마련된 783개 투표소에서 진행됐으며 군경과 재소자 등의 부재자 투표도 28일 치러졌다.

출구조사가 없고 개표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돼 최종 개표 결과 발표까지는 최소 2∼3주가 걸릴 전망이다. 지난 2010년 총선 당시에는 개표율 30%의 중간 개표 결과를 총선 1주일 후에 발표하고 2주가 지나서 최종 개표 결과를 공표했다.

이날 투표에는 종파간 갈등으로 인한 테러 위협에도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라크 선관위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60% 정도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있다. 수십만명의 군경들이 투표소와 유권자들을 지켰지만, 산발적인 폭력사태와 투표소를 향한 테러가 잇따랐다.

바그다드 북부와 서부에서는 산발적인 폭력사태가 일어나 최소한 5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했고, 북부의 디비스 읍에서는 노상폭탄으로 2명의 여성과 2명의 선거관리요원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정국은 다수당인 '법치국가연합'에게 유리하다. 현 총리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세속적 시아파이다. 그는 시아파 내부에서도 비난을 받고 있으나 현재로써는 대안이 없어 무난히 집권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법치국가연합이 다수당으로 올라 설 거세는 동의하면서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 연정을 수립해야 하는데, 총선 이후 연정 구성을 위한 각 정치 세력의 합종연횡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정국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총선이 끝났을 때에는 연정수립에만 9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2010년 총선 당시 알말리키 총리는 같은 시아파인 사드르 계열, 수니파와 세속 시아파의 정당 연합인 이라키야와 손을 잡고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두 세력 모두 알말리키 총리의 권력 독점에 항의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말라키 총리는 반대파들에게 연정에 참가하라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으나 이 나라가 날로 더 깊은 종파적 유혈분쟁으로 치달아 자칫하면 국토가 분단될 수 있다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는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정치권의 갈등이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 각종 테러, 시위 등과 맞물려 정정 혼란과 치안 불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총선거가 시작된 가운데 수도 바그다드에서 유권자들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는 투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이번 총선은 미군이 2011년 이라크에서 철군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것으로 유권자 2200만명은 이날 오후 6시까지 328개 의석에 앉을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2014.04.30   ©【바그다드=AP/뉴시스】

실제 수니파 주민들은 2012년 12월 말 반정부 시위를 시작한 이래 1년 넘게 금요 시위 등을 이어가며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해 4월 정부군이 수니파 시위대를 무력진압한 '하위자 사건'을 계기로 종파 분쟁이 심해져 2006∼2007년의 내전이 또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알카에다에서 퇴출된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바논 이슬람국가'(ISIL)는 지난해 12월30일 군경이 서부 안바르 주 주도 라마디 인근의 시위 현장을 강제 철거한 이래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 1월4일 안바르 주의 팔루자 전체와 라마디 일부를 장악해오고 있다.

이처럼 일상화한 폭력사태와 정부 곳곳에 만연한 부패, 높은 실업률 등은 이번 총선에서 3선 연임을 노리는 알말리키 총리가 풀어야 할 최대의 난제다. 테러 위협을 무릅쓰고 투표에 나선 이라크 유권자의 대부분이 '변화'를 바라는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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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