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예고했던 서울지하철 임금단체협상이 막판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지하철 노사는 총파업을 10시간여 남겨둔 17일 밤 2013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서울지하철 노사는 최근 5개월 동안 18차례에 걸쳐 협상테이블을 꾸려 ▲퇴직금 삭감에 따른 보상 ▲정년연장 합의 이행 ▲승진적체 해소 등 크게 3가지 임단협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양측은 파업을 이틀 앞둔 16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15시간여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의 입장은 강경했다.

퇴직금 삭감의 경우, 개인별로 최대 수 천만원의 손해가 예상된데다 정년연장이 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도 퇴사해야할 조합원이 적지 않았다. 승진적체 문제는 근 10여년 동안 노사간 이견이 계속된 '동맥경화'와 같았다.

파업대오도 정연했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조합원 8065명을 대상으로 한 쟁의 찬반 투표 결과 87.2%의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서울지하철노동조합(교섭대표노조·제1노조)과 국민노총 서울메트로지하철노동조합(제2노조) 등 2개의 노조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같은 투표결과는 그만큼 노조성향을 떠나 조합원들이 이번 임단협을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유례없이 강한 파업 압박에도 사측인 서울메트로는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했다.

퇴직금 삭감에 따른 보상의 경우, 기본적으로 일부 보전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만약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간 안전행정부의 총액 인건비 지침에 따라 서울시가 페널티를 받아야할 상황이었다.

정년연장이나 승진적체 해소 역시 연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는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18일 파업은 기정사실화되는 듯싶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에 이은 수도권 전철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 또한 현실화 됐다.

하지만 지난 9일 노조의 파업예고 이후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박원순 시장은 주진우 정책특보를 협상장으로 급파해 조정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

노동문제 전문가인 주 특보는 서초구 방배동 서울메트로 본사에서 열리는 노사협상장에 상주하며 노사간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박 시장은 17일 밤 11시께 협상장을 직접 찾아 협상타결을 독려했고, 11시30분께 노사가 협상을 마무리 짓는 순간을 함께 했다.

이번 협상 타결을 통해 수도권 교통대란을 막은 것이 기본적으로 노조와 서울메트로, 그리고 서울시간에 쌓인 신뢰에 기초한 것이라는 데는 서울시 안팎에서 이견이 없다.

박 시장은 취임 이래 오랜 난제였던 파업 해직자 복직에 전향적 자세를 유지하면서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재 서울지하철노조를 이끌고 있는 박정규 위원장도 1999년 파업 당시 해직됐다가 박 시장 취임 이듬해인 2012년 복직한 처지다.

노조는 협상타결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중재 노력을 다한 서울시도 원만한 해결에 일조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보겠다는 노조와 서울메트, 서울시간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노사는 서울시의 중재에 따라 당초 입장에서 한걸음씩 양보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퇴직금 삭감에 따른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노사가 동종업종(인천, 부산지하철 등)의 퇴직금 보전 사례에 준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60세로의 일괄 연장이냐, 단계적 연장이냐를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노조가 임금피크제를 철회시키는 대신 단계적 정년연장을 허락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노사는 승진적체 해소 문제와 관련해서는 장기 승진 적체자에 대한 순차적 승진시행에 합의하면서 이번 협상을 마쳤다.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면서도 철도노조 총파업과 관련해서는 일침을 내놨다.

노조는 "정부나 코레일 경영진은 시민 불편과 안전을 볼모로 극한 대립과 탄압으로 일관하지 말고, 서울지하철 노사문제 해결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사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타결의 원동력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이어진 노조와 서울메트로, 서울시 간의 '신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노무사는 "노사간 신뢰의 가장 큰 수혜자는 파업으로 인한 교통대란을 피한 수도권 시민이라는 평가를 내릴만하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저녁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메트로 본사에서 열린 서울메트로 노사협상장을 방문해 협상이 타결된 후 박정규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과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총파업 개시를 10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 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 구간은 정상 운행된다. 2013.12.18. (사진=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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