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 대책으로 ‘등록 동거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제도가 과연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등록 동거제’란 동거하는 남녀에게도 가족 지위를 인정해 법적·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로 이 제도를 시행한 나라의 경우 출산율을 끌어올리기는커녕 갖가지 사회 부작용만 낳고 있다는 게 반대하는 근거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과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 등 230개 단체들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위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29일 성명을 발표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제도가 출산율을 오히려 더 떨어뜨리고 기존의 가족관계를 해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 것이란 게 이유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당 위원회 김영미 부위원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이어 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악대본)도 지난 11일 성명을 발표하고 동반연 등과 뜻을 같이했다.

이들 단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건 저출산위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검토하는 ‘등록 동거제’에 심각한 문제점이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혼인이 아닌 동거하는 남녀에게도 가족 지위를 인정해 법적·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변칙적인 제도로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발상 뒤에 숨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저출산위는 교계 등 여러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자 ‘등록 동거제’ 관련 보도에 대해 ‘가족의 가치, 다양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내부 검토 중인 과제일 뿐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해명자료라고 언론에 발표한 내용이 반발을 더욱 부추긴 측면이 있다. 지난해 12월 27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저출산위는 다음 달(1월)부터 ‘등록 동거제’ 관련 행사 등을 열어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 안에 프랑스의 ‘등록 동거제’(PACS)를 모델로 집중 연구 중이라는 내용도 있다.

그런데 저출산위가 “‘동거 등록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로 그 부분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게 아닌가 싶다. 더구나 도입을 검토하는 구체적인 대상이 ‘프랑스의 PACS’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프랑스의 PACS’는 동성혼의 대안으로 1999년에 도입된 제도지만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동성 커플 대신 주로 이성 커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동거로 뿌리내렸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20년 기준 총 PACS 건수 중 95%가 이성간 PACS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 제도를 시행한 후 혼인율이 20년 전에 비해 23%나 감소했다는 데 있다. 아직은 혼인율이 높지만 PACS가 곧 혼인을 초과하게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중요한 건 이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다. 프랑스의 출생아 수 통계를 보면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증가하였지만 2011년 이래 출생아 수 자체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부터 이런 지표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프랑스에서 매년 출생아 수가 격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기까지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한 후 18~39세 PACS 커플의 46%가 자녀를 갖지 않는 반면, 같은 연령대 혼인 커플이 자녀를 갖지 않는 비율은 15%로 현저히 낮았다. 이런 통계만으로도 PACS가 저출산의 대안이 아님이 증명됐다는 게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거나 결혼 후에도 아기를 낳지 않으려는 건 여러 가지 사회적 심리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앞장서야지 동거를 인정해주면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는 게 오늘의 혼란을 가중 시킨 원인이다. 결국 국가가 남녀 간에 신성한 결합인 건강한 가족제도를 버리고 결함과 결별이 손쉬운 동거를 부추기는 꼴밖에 더 되나.

혼인이 전제되지 않은 남녀 간의 결합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로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은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공상에 불과하다. 혼인 외 출생과 자녀양육이 활성화되면 법적 정상가족규범은 해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게 ‘프랑스의 PACS’다.

저출산위가 이 제도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처음엔 이성간 ‘등록 동거제’로 출발하겠지만 곧이어 동성간 ‘등록 동거제’를 허용할 수밖에 없게 되고 장차는 동성혼 합법화의 수순으로 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는 보수의 가치를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국민 사이에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반드시 수술을 단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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