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들어서 한국장로교 교단들이 총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장 통합은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서울 명성교회에서, 예장 합동은 18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제108회 총회를 개최하는 등 대부분의 장로교 교단들이 비슷한 시기에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가 수행하는 기능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헌법과 관련한 논의와 결의는 교단의 정체성 및 방향성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예장 통합과 합동 총회에서 다뤄질 몇몇 현안에 벌써부터 교계 뿐 아니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통합 총회엔 ‘목회대물림 금지법’, 일명 목회세습금지법 관련 논의가 또 다시 뜨거울 전망이다. 그 이유는 이 법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헌법개정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합 총회 헌법 제28조 6항은 은퇴하는 담임 또는 위임목사의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시무장로의 배우자와 직계비속 등은 해당 교회에서 청빙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법은 지난 2014년 총회에서 총대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결의됐다.

그런데 교단 내 굴지의 교회인 명성교회에서 목회 대물림이 이루어지면서 총회 때마다 여러 노회에서 목회대물림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헌의안이 쇄도하는 등 논란과 법적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제107회 총회에서는 더 이상 명성교회 문제를 재론하지 않기로 못을 박으면서 세습금지법인 헌법 제28조 6항을 삭제해달라는 안건을 1년간 연구해 보고하기로 했다.

이번 총회에서 다뤄질 헌법 개정안의 내용은 현행 목회대물림 금지의 정신은 유지하되 개교회가 재적 당회원 3분의 2 이상과 공동의회 출석회원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대물림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총대들을 대상으로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집한 결과 세습금지법은 그대로 존치하되, 의결 정족수를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법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권한을 개교회에 대폭 위임하는 선으로 방향을 조정한 것인데 개교회의 자유 의사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목회 대물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려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런데 일각에선 벌써부터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회가 헌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 결정하는 부담 대신 문제의 소지를 개 교회에 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거다.

이런 교단 내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총회가 개최될 명성교회에까지 파급되는 양상이다. 임원회가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확정하면서 새문안교회 등 교단 내에 영향력이 있는 7개의 교회가 공식적으로 총회 장소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또 총회를 앞두고 명성교회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목회자들이 두 차례에 걸쳐 기도회를 열 계획이어서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총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회 수에서 국내 최대 교단인 예장 합동은 올 총회도 여성안수와 관련한 안건이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여성안수 허락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이 문제는 이미 지난해 총회에서 부결되었기 때문에 재 논의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이번 총회에선 대신 여성 사역자의 지위를 향상하는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여성안수 문제는 한국 장로교단에서 이미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다만 합동 측의 경우는 예외다. 그건 합동 교단이 대부분의 장로교단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여성안수를 완고히 반대하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단이기 때문이다. 신학적 보수성향을 유지한 결과인데 문제는 이것이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의 입지를 갈수록 좁게 만들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심각한 교세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합동 측이 이번 총회에서 획기적인 묘수를 찾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안수를 허락하지 않더라고 그에 준하는 위치를 인정하는 방안이 나온다면 여성 사역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까진 돌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두 교단 외에도 예장 백석은 목회자 연금제도와 금품 없는 선거를 위한 선거제도 개선 방안이, 예장 고신은 총회장 자격 등 헌법개정안 수정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장교교단에 있어 총회는 최고 치리회의를 뜻한다. 각 노회에서 선출된 목사 장로 총대(대의원)들이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과 임원을 선출하고 산하 노회에서 올라온 안건과 각종 현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성숙하게 의결함으로써 교단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게 된다. 교단 총회 앞에 거룩할 성(聖)자가 늘 붙는 이유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올 장로교단 총회도 교단과 나아가 한국교회와 사회 앞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 주길 기대한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