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에 갓난아기를 숲에 유기한 20대 친모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 1월 태어난 지 사흘밖에 안 된 아기를 유기해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영아살해미수죄로 불구속 송치됐지만, 검찰은 그가 반성하지 않고 있고 아기를 양육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구속했다.

중증 지적장애인 B씨는 이달 중하순께 인천시 서구 아파트에서 생후 40일 된 아들을 방바닥에 떨어뜨려 다치게 하고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경찰은 아들이 숨지기 전 건강에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친모가 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2008년에 울산에서 계모가 의붓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공교롭게 같은 울산에서 2008년에 이어 2013년과 2014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물론 모두 다른 가정의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지만 세 사건에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셋 다 울산에서 발생했고, 계모가 의붓자식을 상대로 살인을 저질렀으며, 범행을 감추려 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일으킨 충격파는 실로 컸다. 결국 정부가 2014년 3월에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해 9월부터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다. 그런데도 유사한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금도 아동학대는 법망 뒤에 숨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사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아동학대를 뿌리 뽑겠다며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대책들이 제대로 된 처방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말뿐인 대책은 아무리 반복해도 소용이 없다. 그야말로 일회성이나 면피성으로 그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인간의 존엄성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듯한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어린이·청소년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풍조는 우리가 과연 21세기를 살고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그러나 아동 학대만큼 난폭한 범죄행위도 없다. 이걸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단순한 체벌로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달라지지 않는 한 어린 생명을 상대로 한 잔인한 범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132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가해자는 임신을 원치 않았거나, 양육지식이 부족했고, 사업실패 등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전국 아동학대 112 신고 건수가 5,959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신고 건수보다 36.5%가 늘어난 수치다. 이 신고 건수대로라면 매일 평균 50명의 아동이 신체·정서적으로 학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아동학대는 가정뿐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아동복지시설 등 광범위한 장소에서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해자도 부모와 가족은 물론 교사 등 아동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가까운 친지들이란 점에서 범행의 비정한 잔혹성이 느껴진다.

정부는 잇단 아동 범죄에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을 개정해 법정형량과 처벌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한편에선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 보호자가 어린이집 CCTV 원본 열람을 가능하게 하는 등 제도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게 사회 공론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정과 사회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을 부모와 가족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키운다는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아동학대 문제에 무관심해선 안 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존엄성을 지닌 동등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식시킬 책임이 교회 공동체 안에 있다. 자녀는 내 자식이기 전에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건 한국교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일년 열두 달 중 특히 5월이 ‘가정의 달’인 이유는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17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일이 모두 5월에 있기 때문이다.

5월이 ‘가정의 달’이지만 그 자체가 건강한 가정을 지탱해 주진 않는다. 그건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땀 흘려 가꾸어가야 한다. 건강한 성도의 가정이 건강한 사회, 건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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