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명 <울지마, 이것도 내 인생이다> 표지 ⓒ좋은 날들

제일기획과 국민일보, 중앙일보 등에 근무했고, 나름대로 세상에서 말한 성공의 길을 걸었던 한 사진기자가 제대로 된 삶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10여 년 간의 인생 경험을 통해 터득한 행복한 삶의 길을 알려주는 책이 눈길을 끈다.

김대중 국민의정부 당시 다니던 신문사 사주가 개인비리 혐의로 검찰에 출두할 때, 동료 기자들이 ‘사장님 힘내세요’라는 라디오 뉴스를 듣고, 부끄러움 금치 못해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사내 벽에 붙이고, 기자생활을 마무리했던 오동명 사진기자. 당시 나이 마흔 셋이었다. 신문사를 그만두자마자 서울을 떠나 10여 년간 강원도 춘천, 홍천, 대전, 제주 등에서 살면서 터득한 24가지 마음에 담은 <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좋은날들, 2012년 3월)를 펴냈다.

서울을 떠난 지 13년 만에 <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라는 책을 통해 ‘부끄러움의 자각이 삶을 바꾼다’라는 화두를 던진다. 당시 중앙일보 사진기자로서의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직장을 떠나게 한 계기가 됐다. 그는 깨끗이 직장을 그만두고 부끄러움을 청산하니 더 이상 부끄럽지 않는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마침 다니던 신문사의 사주가 개인비리혐의로 검찰에 출두할 때 나의 부끄러움은 극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동료이자 선배이자 후배인 기자들이 ‘사장님 힘내세요’ 하는 소리를 취재 마감을 위해 회사로 들어가던 차량의 라디오에서 들었습니다.(중략) 진정한 부끄러움은 자기의지를 자극해 그나마 덜 부끄럽게 할 행동을 이끄나 봅니다. 그날 나는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라는 제목의 대자보 한 장의 글로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며 사회 공범의 부끄러운 짓을 청산할 수 있었습니다. 부끄러워할 수 있었던 덕분에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본문 ‘부끄러워야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중에서-

그는 자신의 삶이 누구에게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삶에 권력자가 돼야 한다면서 세상의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또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이 순간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남을 의식하지 않는 고독한 자유를 느끼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이라고도 했다.

특히 그가 밝힌 ‘돈이 마음의 행복을 가린다’는 조언도 눈여겨 볼만하다.

“돈이 편리함과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이 될지언정 행복과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더라도 경제적인 순위와는 동떨어진 결과를 보일뿐더러 돈은 삶의 소중한 가치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드는 폐해가 있습니다.” -본문 ‘불행은 길고 행복은 짧다’ 중에서-

그에게 사색은 어떤 의미일까. 등산을 갈 때, 배낭 안에 ‘노트 한권과 4B연필’을 챙겨, 산에서 마주친 꽃, 바위, 구름, 계곡 등을 그려보면,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사색이며 자아의 몰입이고, 가슴에 채워지지 않은 감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이렇게 ‘조금 더 행복해지기 연습’을 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테마 24가지를 넘길 때마다 한결같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 연습’이라는 말을 반복 기술하고 있다. 다른 책과의 차별화이기도 하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연습은 ‘버림으로써 얻는다’, ‘보살피는 정성이 꿈을 이루게 한다’, ‘온 힘을 다해 사랑하라’, ‘희망이 없는 사람처럼 슬퍼하지 말라’, ‘내 편이 되어줄 사람 만들기’등의 조언으로 이루어졌다. 간단한 문장이지만 왠지 가슴에 와 닿는다.

저자에게 삶을 크게 바꾼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신문사를 그만 둔 일이고, 하나는 아내와 헤어진 일이다. 이것은 화를 참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를 낸 끝에 결정하는 일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반성하고 다시 앞날을 바라보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화를 피할 수 없다면 화에 꼭 눈물을 보태라고 말한다. 눈물은 즉흥적인 화를 누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눈물이 없으면 기쁨도 없다면서 ‘눈물의 힘’이 대단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특히 그는 남들에게는 구닥다리 고물이지만 자신에게 특별한 정이 듬뿍 담겨 있는 물건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큰누나에게 선물 받은 촉이 다 닳은 만년필 ‘파카51’과 41년 된 초록색 잉크, 작은 누나가 태어날 때 샀다고 알려진 57년 된 태엽 벽시계, 총각 때 사귄 여자 친구를 만날 때 샀던 25년 된 우산, 26년 된 전축과 LP판, 40년 이상 갖고 있는 사진 확대기 등은 지금도 소중한 자산이다.

“서양인들은 죽은 이의 남겨진 물건들을 다른 사람에게 되팝니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소소한 물건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물건이 되어 재사용되는 것입니다.(중략) 우리는 죽은 이의 물건을 가족이 아닌 타인이 물려받는 일을 불경스럽게 여기고, 설사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래가 마땅치 않으니 죽음과 동시에 태워버립니다.(중략) 남들에게는 구닥다리 고물이지만 특별한 정이 드뿍 담겨 있거든요. 되돌리기 싫은 과거를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사는 것처럼요. 실패한 과거도 남의 것이 아닌 바로 내 것이니까요.”-본문 ‘지난 날에 얽매이지 않는다’ 중에서-

그는 삶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삶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강해지는 진리를 몸소 체험했다.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중산간도로 내리막길에서 사고가 나아 10시간이상 수술을 받았던 그는 다시 돌아온 삶에 고마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연장된 삶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 가장 큰 깨달음은 ‘내가 내 몸을 너무 소홀히 했다’는 것이었다. 소중한 몸의 주인인 자신이 몸을 방치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건강한 몸을 너무 믿는 탓이라고. 세상을 살면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항상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세워야한다면서 삶의 내 편 찾기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고의 강의는 시공간을 초월해 세계 최고의 선생에게서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은 규칙적으로 읽어야 합니다.(중략) 성공이든 내편의 인연이든 모든 것은 자기의지에 좌우됩니다. 보려고 하면 보이고, 들으려 하면 들릴 것이니, 인연은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입니다.”-본문 ‘내편이 되어줄 사람 만들기’ 중에서-

현재 미디어 프로그램에 현혹된 시청자들을 위해서도 한마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미디어 프로그램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시청률은 기업의 이윤추구와 마찬가지라면서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고 있다. 내 스스로가 당당해야 미디어의 행태를 극복할 수 있으며, 홀로서지 못한 행복은 없다도 했다.

“미디어의 지상 목표는 시청률이라는 사실의 이면을 돌아봐야 합니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대가로 그들은 살아갑니다. 열심히 봐주면 광고가 붙고 천정부지의 연예인 몸값 또한 시청률에서 나옵니다. 소비자인 시청자가 이 비용을 몽땅 지불하는 꼴입니다. 소비자는 미디어의 그릇된 편향 정보 전달과 반복적인 광고에 의해 그것이 차별인줄만 압니다. 대중적 인기를 얻는 사람들에게는 차별화의 허울을 씌워 이내 상품으로 내놓습니다. 여기에 대중들은 또다시 착시를 일으킵니다. 미디어의 상술에 무감각해진 우리의 의식은 본질을 꿰뚫어보려는 의지조차 갖지 않습니다. 미디어의 잘못된 행태를 극복하고 홀로서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떤 삶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고, 원인이 있으면 결과는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이 삶의 단순한 이치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 오동명은 1957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제일기획, 국민일보,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근무했다. 한국기자상(출판부문, 1998년), 민주언론시민언론상(특별상, 1999년) 충남대와 전북대에서 저널리즘 강의를 했다. 현재 제주도에 살며 제주대에서 신문학원론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사진으로 세상읽기>, <부모로 산다는 것>, <자전거 텐트 싣고 규슈 한바퀴>,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 사진집 <사랑의 승자>, <오동명의 보도사진 강의>,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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