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조성노 목사

<어떤 여자가 열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지 아니하겠느냐 또 찾아낸즉 벗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나와 함께 즐기자 잃은 드라크마를 찾아 내었노라 하리라>(눅 15:8-9).

<드라크마>는 구약성경에도 나오고(느 7:70-72), 주님도 언급하신 고대 그리스의 화폐로 기원전 1100년 아테네에서 탄생해 오랫동안 서양의 중심통화 역할을 했습니다. 1드라크마는 4.3g의 은화로 노동자의 하루 품삯에 해당되는 가치였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번영을 바탕으로 드라크마는 인근 지역은 물론 여러 중동국가에서도 통용되며 한때는 역사상 최초로 지금의 미 달러화처럼 국가간 상거래의 기준이 되는 <기축통화>로까지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원전 1세기 로마제국이 그리스를 정복하고 패권을 잡으면서 그 기축통화의 지위를 로마의 화폐인 <데나리온>에 내줍니다.

그런데 로마의 지배하에서도 존속되던 드라크마가 그리스의 EU 가입으로 2002년부터는 공용화폐인 유로로 교체되면서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는가 했는데 최근 그리스가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유로존에서 밀려나 다시 옛 화폐인 드라크마로 복귀할 공산이 커졌습니다. 지난주 실시한 국민투표가 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리스 총리는 긴축안 반대가 곧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자의든 타의든 결국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스 사태는 국가를 통합하지 않고 화폐만 통합하는 시도가 얼마나 황당한 도박인가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지금은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조차도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경기침체와 불황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시대입니다. 이런 경우 그리스 역시도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를 통해 위기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유로존에 묶여 있다 보니 그리스의 <드라크마>가 아니라 EU의 <유로화>가 절하됐고 그 효과는 유로존 최대의 수출 흑자국인 독일이 다 가져가는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독일은 유로화 평가절하로 본 이익만큼 그리스를 지원해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독일은 그리스 채무탕감에 가장 완강합니다.

이제 그리스 사태의 근본원인이 화폐만을 단일화한 <유로존>이라는 구조 자체에 있음이 보다 분명해졌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인 미국의 폴 크루그먼과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학자들이 그리스에 대해 유로존 탈퇴를 권고한 것도 그 기형적인 구조를 깨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결국은 다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 다는 판단 때문이고, 장기적으로 볼 때 유로를 버리고 다시 옛 드라크마로 갈아타는 것만이 그리스가 살 길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신약성서는 그리스 사람들의 언어인 헬라어로 기록되었습니다. 언어뿐 아니라 신약성서의 삶의 자리가 다 헬레니즘 문화권입니다. 바울과 바울의 선교지, 초대교회가 모두 헬레니즘을 무대로, 거점으로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그리스가 잃었던 드라크마를 되찾는다 하여 주님 비유에 등장하는 눅 15장의 <어떤 여자>처럼 다시 즐거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로얄티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지난 2천 년간 사용해온 신약성서의 언어에 감사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 만큼은 지금 꼭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스의 회생을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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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드라크마 #조성노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