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서울 광화문역 지하 농성이 18일부로 1001일째를 맞았다.

225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 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실제로 폐지시키기 위한 논의의 전면에 정부가 직접 나서기를 요청한다"며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12년 8월21일부터 광화문역사 내에서 농성을 하며 '장애 등급제는 장애인의 신체에 낙인을 부여해 복지이용을 제한한다', '부양의무제는 마지막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만든다' 등을 주장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초록색 조끼를 입은 장애인 100여명이 참여했다. 조끼에는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들은 전동 휠체어에 앉은 채 '장애인 등급제 STOP', '함께 살자', '더 이상 죽지말자' 등이 적힌 우산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광화문 농성 1000일 동안 누군가는 이 자리를 '불법 단체들의 공공시설 불법 점유'라고 부르기도 하고 '지저분한 시설문'이라고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우리에게 이 자리는 의지의 공간이자 간절함의 공간, 눈물과 기쁨의 공간"이라고 전했다.

또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장애 등급제 폐지와 부양 의무자 기준의 대폭 완화를 약속했지만 2년이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3조의 복지 예산을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복지를 크게 후퇴시키고 전 국민의 권리 목록에서 '복지'를 삭제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애 등급제 폐지를 촉구하는 장애인 단체   ©뉴시스

녹색당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은 "무려 1000일간의 노숙농성 동안 11개의 영장이 농성장에 올려졌다"며 "이 제도(장애 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사람을 죽인다는 것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꿈쩍도 안 하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한탄스럽다"고 외쳤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그린라이트' 퍼모먼스를 펼쳤다.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시청 방향으로 가는 5개 횡단보도를 순차적으로 건넜다.

집회 참가자들은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전동 휠체어를 멈추고 40여분간 '장애 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구호를 외치며 차도를 점거하기도 했다. 세종로를 지나던 차들이 차도를 막고 있는 전동 휠체어와 뒤엉키면서 곳곳에서 경적 소리가 울렸고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한 집회 참가자는 "길을 지나는 시민들은 잠시 불편했을 수도 있지만 장애인들은 365일 매일 이런 불편을 겪는다"며 "힘들더라도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농성 3주기까지 남은 95일 동안 각 지역에서 집회를 벌일 '그린라이터'를 모집하고 100만 서명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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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