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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을 맞이했던 넥센이 5차전까지는 접전 끝에 비록 플레이오프는 좌절됐지만 가을에서 거둔 수확은 컸다.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두산 마운드를 흔들었던 박병호는 단연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빛난 선수다. 그러나 한켠에서 넥센의 마운드를 묵직하게 지켜준 2년차 신인 투수 한현희(20)이 또한 넥센의 큰 수확 중 하나다.

한현희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매 경기 팀이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칠 때마다 아무말 없이 마운드에 올랐고 2년차 답지 않은 흔들림 없는 경기를 보여줬다. 146~7㎞를 넘나드는 빠른 공으로 두산 타자들을 차례차례 아웃시켰다. 정규시즌 홀드왕(27개)을 차지했던 그가 포스트시즌서도 제 역할을 120% 해낸 것. 아직 고졸 2년차이기에 중압감이 클 법도 했지만 특유의 배짱으로 부담을 이겨냈다.

한현희는 5경기에서 모두 9이닝을 던졌고, 2안타만 내주며 실점은 없었다. 선발 투수로 치자면 2안타 완봉승을 거둔 셈이다.

14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에서 팀이 0-3으로 뒤진 6회초 1사 후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는 첫 상대 홍성흔을 1루수 땅볼, 이원석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공 6개로 이닝을 마쳤다. 7회에는 선두타자 오재원을 땅볼로 잡아낸 뒤 최재훈과 김재호를 각각 130km, 129km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하며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다. 도망가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 또한 돋보였다.

한현희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이종욱을 좌익수 뜬공, 정수빈을 삼진 처리했다. 좌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곧이어 김현수마저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9회부터 손승락에 마운드를 넘긴 한현희는 5경기 9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포스트시즌을 모두 마무리했다.

한현희는 그 누구보다 빛났다.2년차 투수가 정규시즌과 중압감 자체가 다른 준플레이오프 전 경기에서 1점도 내주지 않았다는 건 넥센이 2014년 시즌을 어떻게 일끌어 갈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팀이 연장 13회 혈투 끝에 5-8로 패해 빛이 바랬지만 그의 투혼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언더스로 투수 한현희는 올시즌 전부터 넥센 염경엽 감독이 마무리 투수에 앞서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점찍었다. 빠른 공과 함께 날카롭게 떨어지는 싱커가 위력적이었지만 때로 제구가 흔들리는 부분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현역시절 언더스로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강철 수석코치는 "던지는 팔의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이 부분을 고치기 위해서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다"며 웃었다.

한현희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확 달라진 투수가 됐다. 이 코치는 "3차전에서 상하체 리듬감이 잡히며 완성된 투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현희는 11일 3차전에서 9회 등판해 2와 3분의 1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2일 4차전에서는 7회 등판해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현희는 이날도 0-3으로 뒤진 6회 1사 뒤 또다시 마운드에 올라 8타자를 퍼펙트로 막아냈다.

한현희는 5경기에 모두 나왔지만 공식 기록으로 얻은 것은 구원승 1개와 홀드 1개밖에 없다. 나머지 3경기에서는 묵묵히 자기 역할만 했다.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 마지막 2경기에도 모두 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이를 포함하면 중간에 경기 없는 날을 고려해도 7경기 연속 등판이다.

넥센은 비록 2연승 뒤 3연패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한현희라는 든든한 '애니콜 셋업맨'을 얻었다. 큰 경기 경험이라는 보너스를 얻은 한현희의 내년 시즌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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