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동성애에 대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제한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2일 서면 답변서에서 “동성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 자유 영역에 속하더라도, 국가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제한할 수 있다”라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8년 9월 헌법재판관 후보 청문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동성애는 개인 성적 취향의 문제이므로 개인의 자유 영역에 맡겨두고,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도 “동성애자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면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는 개인의 취향과 공익이 충돌할 때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자는 동성결혼에 대해서는 “결혼은 인류가 살아가는 여러 가지 사회제도 중 중요한 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에 결혼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을 의미하므로, 동성혼은 결혼에 해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 후보자가 동성애를 자기결정권과 개인의 성적 취향의 영역으로 인정하면서도 동성혼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은 여러 의미가 함축돼 있어 보인다. 우선, 우리 헌법이 결혼을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동성혼은 법적으로 결혼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과, 동성애와 관련한 법적 판단에 있어 이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성애에 대해 국가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제한할 수 있다”라고 한 그의 견해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진영의 시각에서 보면 과도한 사생활 침해로 여겨질 소지가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가 공공복리에 어긋날 때 자유가 방임이 되고 공공질서를 파괴해 또 다른 개인의 자유를 무수히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그의 견해는 법리적으로 합당할 뿐 아니라 국민 정서에도 부합한다 하겠다.

그런데 그런 이 후보자의 이 같은 견해가 헌법재판소 판결에 그대로 적용된 실제 사례가 얼마 전에 있었다. 지난 10월 26일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고 있는 현행 군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헌’ 판결한 게 바로 그 예다. 헌재는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조항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위헌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법원은 이를 근거로, 남성 군인 간 항문성교나 성추행이 적발되면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법은 군형법 92조의6 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반돼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국군의 전투력 보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상명하복 체계로서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군 조직의 특수성, 군기 확립, 전투력 보호라는 공익 등을 종합해 보면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가 군형법 92조의 6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2011년, 2016년에도 위헌법률 심판을 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2016년 결정 때는 재판관 4명이 위헌 의견을 냈으나 정족수 6명에 이르지 못해 ‘합헌’으로 결론났고 이번 결정도 재판관이 5대 4로 의견이 갈렸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헌재 안에서조차 동성애에 대한 진보와 보수 재판관의 생각이 얼마나 팽팽히 맞서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법조계의 흐름에서 볼 때 이 후보자는 현직 헌재 재판관 가운데서 보수 성향이 가장 뚜렷한 인물로 손꼽힌다. 그러나 그가 법관 시절 ‘도덕 교사’로까지 불렸던 건 단지 보수적 성향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2018년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된 이후 맡았던 사건의 결정문을 보면 그가 법리에 있어 원칙과 질서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 후보자의 원칙과 소신이 가장 두드러진 사례가 2019년 4월 헌재가 낙태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다. 이 후보자는 당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로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취지로 합헌 소수 의견을 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동성애와 낙태에 대한 헌재 재판관으로서의 그의 견해만 가지고 그가 헌재 소장 자격 여부를 따질 순 없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제정된 법이 본래의 목적인 공익을 잠재하고 자칫 사사로운 영역을 보호하는 시녀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원칙과 소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 과정이 개인에 대한 정치적 판단과 사생활 들추기로 흘러선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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