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소속기관인 하나원이 개원 24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10일 입소자들이 제과 제빵 교육을 받는 모습.
북한 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소속기관인 하나원이 개원 24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10일 입소자들이 제과 제빵 교육을 받는 모습. ©뉴시스

통일부 산하 기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가 개원 24주년을 맞아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남한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탈북민들에게 3개월(12주) 400 시간 동안 직업탐색, 성평등을 포함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곳은 탈북민에게 제2의 고향집 같은 곳이다.

10일 통일부 기자단과 함께 들어가 본 하나원은 입구에서부터 철저한 보안을 요구했다. 보안 요원은 버스에 올라 타 기자들의 휴대전화 및 노트북 카메라에 촬영 방지용 스티커가 잘 붙어있는지 일일이 검사했다. 하나원은 가급 국가보안시설로 탈북민 보호 및 보안유지를 위해 외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6만4902㎡(약 1만9632평) 규모 하나원 시설은 본관, 하나둘학교(북한이탈주민 예비학교), 직업교육관, 숙소, 교육관 등으로 구성됐다.

도심과 동떨어진 녹지 속 건물들은 지나가는 사람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주요 탈북 경로인 중국을 포함한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고 고강도 방역을 벌인 탓에 탈북민이 세자릿수에서 두자릿수로 대폭 줄어서다.

한국으로 입국한 북한 주민은 2010년 전후 3000명 정도로 최고조를 찍었다가 2012년 김정은 집권을 기점으로 1000명대로 줄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엔 229명, 2021년엔 63명으로 떨어졌으며 지난해엔 67명만 한국 땅을 밟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지난 3월 기준 탈북민 34명이 국내에 입국해 연간 입국자가 얼마나 증가할지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입소자가 줄어들자 하나원에 근무 중인 85명 직원은 교육을 모두 이수하고 퇴소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취업 교육을 하는 등 기존 탈북민 교육 및 지원에도 집중하고 있다.

서정배 하나원 원장은 브리핑에서 "하나원 개소 이래 계속 1000명 이상으로 운영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입소 인원이 줄었다"며 "그 동안 해야 했는데 여력이 없었던 부분을 점검해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문을 연 지상 4층 규모 직업교육관에선 하나원 졸업생을 포함해 현재까지 250명이 자격증 교육에 참여했다. 탈북민 수요가 큰 업종 위주로 8개 실습실이 있는 이곳에선 봉제, 요리, 제과제빵, 간호요양, 피부미용 등 22개 직종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나원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맺은 업무협약(MOU)에 따라 교육생들은 조리, 제과, 제빵 등 10개 종목의 국가기술자격검정 필기시험(CBT) 및 실기시험을 하나원 내에서 치를 수 있다.

'정착에도 IT가 필요하다'는 표어가 곳곳에 눈에 띄는 교육관엔 컴퓨터실과 IT 체험관이 눈길을 끌었다. 기다란 책상엔 스마트폰과 패드를 직접 써볼 수 있도록 기기들이 일렬로 놓여져 있었다. 하나원에서도 본인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신분증 없이 제3국에서 지내다 입국한 탈북민이 많은 탓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관계자는 "(퇴소 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정도는 컴퓨터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탈북 과정에서 상한 건강을 책임지는 하나원의 의료시설 '하나의원'은 치과·내과·한방과 등 6개의 진료과목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종합검진을 해서 상급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보다 규모가 큰 협력병원으로 보낸다. 하나원 성인 40% 정도가 치아가 없어 보철치료를 해야 하는데, 본인이 거부하지만 않으면 치료를 진행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하나의원 벽에는 이곳을 거쳐간 탈북민들이 정갈한 글씨체로 의료진에게 보낸 감사편지가 빼곡하게 붙어있었다.

한 탈북민은 "오랜만에 몸이 아프다는 말도 해봤습니다. 이억 땅에서 말이 안 통하고 신분증 없이 지내다 보니 병원에 자주 못 가보고 너무너무 아파도 참고 살아온 접니다. 우리 예쁜 선생님 제 약이 떨어질세라 신경써주시던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편지 마지막줄에 적힌 이 탈북민의 이름은 다른 편지와 마찬가지로 하얀 테이프로 가려져있었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임산부 일동'은 "새터민 임산부들은 낯선 땅에서 따뜻한 친정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감사 표시를 했다.

한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인사말에서 "앞으로 정부는 탈북민 수요를 중심으로 정착지원 체계를 설계하고 취약계층을 보다 두텁게 지원하는 한편 탈북민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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