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세운 역사성을 지닌 예배당이 지역 편의시설로 바뀔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재산으로 편입되면서 종로구가 ‘숲속주민힐링센터’로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인왕산 자락에 있는 서울교회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육군 공병대에 직접 지시해 지난 1958년 5월 1일 ‘하와이한인기독교독립교회’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 일제 강점기에 하와이 동포 중에 다수의 기독교인이 조국의 독립운동을 도운 걸 기념하는 뜻에서다.

당시 하와이에 거주하는 수많은 동포 기독교인들이 독립자금 모금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독립운동을 측면에서 지원한 건 역사적 사실이다. 상해 임시정부 예산의 3분의 2가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이었을 정도로 독립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중심에 하와이한인교회가 있었다.

이 예배당이 전환기를 맞게 된 건 이 대통령이 4.19혁명으로 하야하면서부터다. 그 후 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이 되면서 ‘하와이한인기독교독립교회’란 간판을 떼고 이름도 서울교회로 바뀌었다.

그런 교회 건물이 2019년 박원순 시장 때 서울시 재산으로 편입됐다. 그리고 종로구청은 이 교회 건물을 지역 편의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용도변경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지자체가 오랫동안 방치돼 노후화된 건물을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관할 종로구 측도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꼭 필요한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건물이 낡고 주변에 흔한 그저 그런 구축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립운동에 힘을 보탠 하와이 한인 기독인들의 기도와 정성을 기리는 뜻에서 초대 대통령의 지시로 세워진 예배당을 단순한 노후 건물로 여기는 건 역사의 무지다. 전문가들조차 문화역사 유적지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예배당을 함부로 헐거나 다른 목적으로 손을 대는 건 지자체로서도 다시 생각할 문제다.

다행스러운 건 문화유산 전문가들이 이 교회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보존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교계와 시민단체가 역사적인 교회 지키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점이다. 이를 위해 정식으로 발족한 교회보존추진단이 하와이 기독교 한인 동포들의 독립운동 정신과 이승만 대통령 정신이 살아 숨쉬는 민족교회를 보존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다만 추진단이 아무리 애써도 종로구청이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달리 방도가 없는 게 현실이다. 추진단이 최근 국가보훈처장에게 협조서한을 보낸 데 이어 종로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추진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라는 든든한 반석 위에 올린 위대한 지도자다. 그는 1948년 5월 31일 제헌의회 임시의장으로 개회선언을 하면서 당시 목사 신분의 이윤영 의원에게 개회 기도를 하도록 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기도로 시작하고 주일에 국가시험을 금하도록 한 건 아무리 투철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지도자라도 이승만이 아니고는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만큼 우리 근대사에 뚜렷한 명암을 안긴 인물도 드물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틀을 잡고 한미동맹으로 나라를 지킨 위대한 공적에도 불구하고 집권 연장과 독재라는 어두운 그늘이 모든 걸 덮어버렸다.

그런 현실에서 근래 들어 우리 사회에 이승만에 대해 재평가 작업이 활발해 지고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4·19 혁명 주역 50여 명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148번째 생일을 맞아 국립서울현충원 묘소를 참배하고, “이 전 대통령의 과뿐 아니라 공을 다시 봐야 한다”고 나선 건 이미 우리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공(功)과 과(過)가 있다. 과오가 있다고 공로까지 묻어버리는 건 역사의 평가를 반쪽짜리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등 격변기에 이승만이란 인물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을 상상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추진한다니 다행이다. 정부는 이승만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나서는데 지자체가 그분이 세운 역사적인 교회를 용도폐기하겠다고 나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와이 기독교인 동포들이 조국의 독립운동을 도운 걸 기념해 세운 예배당은 후세를 위해서도 훌륭한 자산이다. 이런 역사성을 지난 예배당이 사라지지 않도록 한국교회와 천만 성도들의 각별한 기도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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