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2022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2022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며, 다음 정부에서도 대화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내 마지막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기존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남북·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돌파구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지만 당사자인 북한의 호응이 없자, 차기 정부 과제로 물려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발표한 2022년도 공식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해 "아직 미완의 상태인 평화를 지속 가능한 평화로 제도화 하는 노력을 임기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교착 상태를 돌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새로운 대북 제안보다는 임기 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전선언을 통해 임기 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여건을 차기 정부에 물려주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는 상황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미완의 평화"로 규정한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먼 것도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남과 북의 의지와 협력이 중요한 때다. 다시 대화하고 협력한다면 국제사회도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며 다음 정부에서도 대화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근본적인 해결 과제로 언급한 '지속가능한 제도적 평화'는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 다음 단계에 추진될 평화협정 체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선을 60여일 앞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진 만큼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상황적 인식이 깔려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이중잣대'와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대화에 빗장을 걸어두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북한은 지난달 27일부터 닷새 간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진행 후 내린 제8기 4차 전원회의 결론에서 대외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공개를 자제하고 있다.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해 북남(남북)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는 노동신문 보도가 전부다.

이를 두고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패권다툼, 대선정국 흐름으로 넘어간 남측의 권력 교체기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관망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신년사 속 대북 메시지를 '로우 키'로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4년 간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성과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풀이된다. 새로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 상황 관리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출범 당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상황 속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고 평화의 길을 만들어 나갔다"며 "아직 미완의 평화이고 때로는 긴장이 조성되기도 하지만, 한반도 상황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단국가이고 전쟁을 겪은 우리에게 평화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 평화는 번영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라며 "하지만 평화는 제도화 되지 않으면 흔들리기 쉽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가 주도해 나간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에 의해 지금의 평화가 어렵게 만들어지고 지탱되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4년 여 간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과를 부각했다.

취임 이듬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됐던 '한반도 봄'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부분에 대한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느 정부보다 빨리 찾아온 남북관계 개선 기회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며 북미 비핵화 협상의 결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도 '하노이 노딜'과 이어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등의 정치 상황에 더이상 나아갈 수 없던 데 따른 아쉬움도 함께 읽힌다.

실제 최근 3년 간 문 대통령의 신년사 흐름을 살펴보면 한반도 평화 관련 분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던 2020년 신년사에서는 한반도 정세 관련 분량이 1788자로 가장 분량이 많았고, 2021년 신년사에서는 843자, 올해 신년사에서는 387자로 줄어들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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