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생명윤리연구소 포럼 강연 낙태법헌법불합치 판단 이후 쟁점 김천수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이명진 원장)는 17일 서울대병원 스카이 라운지 13층에서 오후7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향후 입법’이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성균관대 김천수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그는 이번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헌재 판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 결정권이란 대결구도가 쟁점”이라고 밝히며, “아이가 태어나지 않음으로 얻을 법익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앞설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사람마다, 나라마다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리 태아라 해도, 그 생명권은 임부의 자유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유권 구도”에서 “국가의 생명보호의무와 임부의 자유 구도로 전환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헌재는 임부의 자유권에 손을 들어줌으로,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를 의도적으로 저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를 헌재의 모순적 결정이라 비판했다. 이유로 그는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는 ‘태아와 임부의 법익’ 모두를 아우르는 상위 개념”이라며 “국가의 생명보호의무와 임부의 자유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헌재가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유 대립구도를 회피했다"며 "이를 극복하려 노력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유권 사이는 격차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산모의 부담"이라고 그는 밝혔다. 다만 그는 헌재 판결이 “임신·출산·양육부담에 대한 국가의 사회·경제적 지원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재는 ‘낙태 허용에 사회경제적 사유 추가’, ‘임신 초기 낙태 금지는 과도한 침해’, ‘22주 까지는 낙태 허용’ 등으로 불합치 판결 내린 것”이라 지적했다. 하여 그는 “헌재는 낙태로 국가의 경제적 지원 논의를 성급히 종결한 측면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포럼 강연 낙태법헌법불합치 판단 이후 쟁점 김천수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김천수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결국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면서, 2020년 말까지 개정돼야 한다. 불합치 판결 직후 4월 15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김천수 교수는 현행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낙태죄 형법 조항을 모자보건법으로 이관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이관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태아가 엄연한 생명이라면, 형법 269조를 통해 살인죄가 적용되는 셈“이라며 논점을 부각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낙태를 형법조항으로 다루는 것“은 ”죄책감 없는 무분별한 낙태를 막는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또 그는 ”징역 몇 년을 두는 것으로, 법 효과는 미비할 수 있다“며 ”그 간 낙태법 처벌 빈도가 낮았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낙태법 형법 조항은 존재만으로, 사회적 메시지 혹은 경고성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긍정했다. 게다가 그는 ”낙태죄를 형법에서 모자보건법으로 이관한다면, 낙태 규제를 행정적 제재로 하는셈“이라 지적했다. 그는 ”만삭의 태아를 끄집어내도, 산모가 치사되는 경우도 단지 과태료 납부만으로 문제는 끝이 난다“고 우려했다.

한편 그는 “낙태죄 형법은 폐지된 상태는 아니”라며 "언론 등은 마치 낙태법이 폐지된 것 처럼 여론몰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모자보건법은 낙태 합법화 방향으로 탄력 받도록 개정되고 있다”고 했다. 가령 그는 “이정미 의원의 발의안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정미 의원 발의안에, 낙태 허용 사유는 ▲14주까지 임부의 선택 ▲14주부터 22주까지 사회경제적 사유·태아 기형 등이 포함됐다.

이 대목에서 김 교수는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시킨 부분을 짚으며, 논의를 확장해갔다. 그는 “우리나라 임신·출산·양육 환경은 너무 열악하다”며 “독일은 킨더게이트 제도를 통해, 양육비를 충분히 지원 한다”고 비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임신·출산·양육에 관한 공적 구조는 너무 빈약하다“며 ”임신한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사회적 부를 가져가도 된다는 인식이 부재하다“고 강조했다.

임신·출산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다한다면, 김 교수는 ”사회 경제적 사유로 낙태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이번 헌재 판결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유 결정권 사이, 격차를 국가가 사회 경제적 지원으로 메우려 하기“보다 ”그 격차를 낙태 허용 범위에 포함시켜, 급하게 종결시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런 사회경제적 조건 개선을 외면하니까, 사회경제적 사유도 낙태 허용에 포함시킨 것“이라 꼬집었다.

나아가 그는 “임신·출산·환경의 개선으로, 베이비 박스·비밀출산법 등의 제도”를 제안했다. 돈이 없어 아이를 죽이는 방향으로 해결하기보다, 돈이 없다면 ‘일단 아이는 낳고, 나머진 국가가 책임질게’라는 태도가 필요했다는 셈이다.

물론 그는 “낙태죄 형법 조항의 불합치는 낙태를 막는 방향으로 개정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에 김 교수는 “법은 집을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법은 리모델링 개념”이라고 반론했다. 때문에 그는 “낙태죄 형법 불합치는 낙태 허용 범위가 넓어지는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그는 이정미 의원 개정안을 빌려, “낙태죄 형법 조항을 모자보건법으로 이관했다"며 "형사벌이 아닌 행정벌 재제와 사회 경제적 사유의 추가가 바로 그 예"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소모적 논쟁으로 개선입법 시한을 넘기면, 낙태죄 형법 조항은 아예 효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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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의대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질문 시간이 이어 졌다. 이명진 원장은 “출산·양육의 책임을 여성만 짊어지는 구조가 문제”라며 “미혼 부에게 책임을 지우는 ‘부성 책임법 제정’의 가능성”을 질문했다. 이에 김 교수는 “민법에 양육 책임법이라고, 감치명령 형식으로 간접 강제 할 수단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형사 벌은 아니”라며 “돈 안 내고 ‘배째라’는 반응 때문에, 낙태법 형벌 조항 규정은 더욱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낙태죄 형벌 조항은 조심하라는 경고의 사인”이라고 덧붙였다.

굳이 사회경제적 사유를 낙태 허용 사유에 포함하고자 한다면, 김 교수는 “제 3의 기관이 그 주체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이 시행하고 있는 낙태법 관련 사안인 것이다. 즉 그는 “구체적 사정의 존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낙태 행위자 및 개인이 아니어야 한다”고 재차 말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고려대 의대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는 “22주 이후는 의학적으로 살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낙태를 원치 않는 의사들도 많다”며 “낙태시술병원을 국가가 따로 지정·허가해주고 관리해야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태아 기형을 낙태 허용 범위에 포함시키는 건, 태어나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라 비판했다. 따라서 그는 “태아기형을 낙태 보다, 살 수 있는 방향으로 권장하는 상담소 및 국가적 지원 마련”을 제시했다.

엄주희 변호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나라마다 맥락이 달라 진다”며 “캐나다에서의 자기결정권이란 낙태 받지 않을 자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그는 “우리나라는 낙태할 자유가 자기결정권으로 여긴다”며 “외국의 입법례와 단순비교는 불가능”이라고 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포럼 강연 낙태법헌법불합치 판단 이후 쟁점 김천수 교수
엄주희 변호사가 말하고 있다©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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