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상 첫 이슬람 정권이 탄생하면서 향후 새 정권이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새 이슬람 정권이 기독교인의 시민권을 박탈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향후 이집트 선교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새 대통령에 이집트 최대 이슬람조직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무함마드 무르시(61)의 당선이 공식 발표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발표 수시간 만인 이날 오후 축하성명을 발표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집트 새 정부가 보편적 권리를 존중하고 여성·소수 종교 등 이집트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길 바란다"며 "상호존중 하에 무르시와 협력하고 모든 정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국의 축하성명은 이집트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희망이 절제되면서도 신중한 어조로 담겨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봄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세속주의 정권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와 이른바 '맹방'(盟邦)의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으로서는 이집트에 이슬람 정권의 탄생을 반길만한 상황은 아닌 듯 보인다.

무바라크 정권의 친미 노선과는 선을 긋고 있는 무슬림형제단 정권의 탄생으로 인한 미·이집트 관계의 변화는 중동의 안보 역학을 바꿀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성명은 "상호 존중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정립해나가고 협력해 나갈 것을 희망하면서, 무르시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 구성과정에서 제 사회 정당 정파들과 협력해 나갈 것도 촉구했다.

무엇보다 이집트와의 동맹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가자는 입장도 강력하게 담고 있다.

미국과 이집트의 견고한 동맹은 지난 1970년대 후반부터 중동의 안정을 유지하는 초석이었다.

무바라크는 수십년 독재를 유지하며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지만,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깨라는 이집트와 아랍세계 내 숱한 압력을 물리치고 평화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신뢰를 유지해왔다.

미국은 '무바라크 없는 이집트' 체제에서 중동 평화도 유지하면서, 이집트 민중의 민주주의 열망도 지지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동안 미 의회나 싱크탱크 주변에서는 종교적 원리를 이념으로 내세우지 않는 세속주의 정권이 탄생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들이 나왔지만, 행정부는 일절 언급을 피했다.

분명한 것은 무슬람형제단의 이집트 집권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것. 이는 무바라크 시대와 같은 양국 관계는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집트 전체 인구(약 8500만명)의 10%를 차지하고 있 이집트 내 기독교인 등 소수자들의 권리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지 일부 언론에서는 '친미' 성향의 무바라크 정권 아래에서도 차별을 받아 왔던 이집트 기독교인은 이슬람주의자들의 집단인 이슬람형제단과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살라피스트들이 새 정권에서 득세할 경우 교회를 건설하는 데 법적 허가는 물론 기독교인이 고위 공무원직에 오르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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