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66) 동양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구형했다.

현 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를 발행해 수만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었다.

17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 심리로 열린 현 회장 등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현 회장에게 1심 구형과 같은 징역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현 회장이 2013년 2월 구조조정 로드맵을 만들어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점 ▲사업은행의 지원이 없었다면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수 없었던 점을 사기죄 성립의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현 회장 측이 특단의 대책이었다고 주장하는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은 산업은행의 지원이었다"며 "대마불사의 신화를 믿고 대규모 CP와 회사채를 발행한 후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압박해 본인들이 원하는 구조조정을 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는 정책금융의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현 회장이 정상적 구조조정 노력도 하지 않고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사기를 저지르고 이들을 담보로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하는) 위험한 도박을 한 것"이라며 "구시대적 신화에 기대 CP발행을 늘리고 정책금융기관을 압박해 자금을 받으려 한 행위는 반드시 엄벌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현 회장이 동양그룹 회장으로서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이 사건 범행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했다"며 "부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CP투자자들의 희생을 피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도 대마불사의 신화를 믿고 부도나게 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긴 점에서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구형의견을 밝혔다.

검찰은 아울러 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정진석(58) 전 동양증권 대표에겐 징역 10년을, 이상화(46)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이사에겐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뉴시스

변호인은 반면 현 회장이 경영상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뿐 사기죄의 고의는 없었다는 변론을 펼쳤다.

현 회장 측 변호인은 "현 회장이 당시 미리 구조조정계획을 수립했고 2013년 7월까지 계획이 나름대로 성과를 내며 진행돼 왔다"며 "마지막까지 구조조정을 위해 총력을 다한 점은 CP와 회사채 상환을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정상적 영업활동만으로 채무를 상환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구조조정과 기업청산"이라며 "다른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없는 이상 도산절차를 택하지 않고 구조조정 활동을 계속한 것 자체가 바로 사기죄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현 회장이 35년간 그룹을 경영하면서 여러차례 위기를 극복해왔고 이번 위기도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 믿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해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룹을 살리려 했지만 경영상 판단을 그르쳐 현재 상태에 이른 점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 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회사 경영을 잘못해서 저희를 믿고 투자한 많은 분들과 저를 믿고 일해오던 동양 가족 여러분들께 큰 불편과 어려움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총 1조3000억원대 사기성 CP 및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 명에게 손실을 입히고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의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현 회장의 주요 혐의 중 사기성 CP 및 회사채 발행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다만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의 회계부정 및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 배임 및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선 일부 무죄로 판단하고 현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날 법정엔 '동양 사태' 피해자들이 참관해 검찰 구형을 지켜봤으며, 주요 혐의에 관한 검찰 측 설명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등 호응했다.

현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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