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복 감독 (인천광역시희망봉사단 대표회장)

[평화칼럼=평화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2015년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광복이란 억압으로부터의 벗어남을 뜻한다. 압박과 설움으로부터의 엑소더스(Exodus)이다. 2015년은 1945년 우리 민족이 누렸던 엑소더스의 기쁨과 감격을 다시금 되새겨보아야 하는 때이다. 해방이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에 깊은 트라우마(Trauma)를 남겼기 때문이다. 70년 전 맞이했던 우리 민족의 광복은 남북이 사상과 이념으로 서로를 등지게 살기 시작했던 원년의 때이기도 하다. 70년 전 우리 민족은 광복과 더불어 분단을, 해방과 더불어 대립을, 자유와 더불어 갈등을 맞이하게 되었다. 결국 2015년은 광복의 기쁨과 아픔이 서로 맞물리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70년이 되었음을 일깨워준다.

광복이란 무엇인가? 빛 광(光)자에 돌아올 복(復), 빛이 돌아옴을 뜻한다. 맑음과 회복이 광복인 것이다. 창세기에서 빛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본질을 상징한다. 혼돈과 공허, 흑암과 깊음이 아닌 코스모스의 아름다운 빛으로 시작한다. 빛의 회복은 코스모스의 회복이고 코스모스는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의미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생물들은 모두 이 코스모스의 집(오리쿠메네 Oikoumene)를 짓고 그 안에 거주한다. 그 집에서 이 땅의 피조물들은 모두 한 가족이 되고 한 식구가 된다. 광복의 성서적 의미는 바로 이 오미쿠메네의 회복에 있다. 2015년을 맞는 광복 70년이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광복과 더불어 한반도 내 남과 북이 대립하고 대결하는 새로운 시대가 개시되었기 때문이다.

광복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 광복은 어둠에서의 탈출로 그쳐서도 안 된다. 광복은 보시기에 좋았던 하나님의 세상을 회복하려는 실천까지 이르러야한다. 성경에서 광복은 애굽에 눌려살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이 해방은 이스라엘이 자기 힘으로 노력해서 얻은 해방이 아니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것이다. 헬라어에서 '엑소더스'는 길을 떠남을 의미한다. 출애굽의 해방은 하나님을 섬기고자 길을 나서는 행진을 의미한다. 억압으로부터의 탈출만이 성서적 해방이 아닌 것이다. 하나님을 섬기는 자유를 향한 행진이 바로 성서적 해방의 모습인 것이다.

분단이 우리 근현대사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한 진정한 해방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남과 북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현대사를 펼쳐가고 있는 한 우리 민족의 엑소더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창세기는 상극의 자리에 있던 두 형제가 상생의 자리를 찾게 되던 순간의 감격을 이렇게 전한다. "내가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 형님도 나를 기뻐하심이니이다"(창 33:10). 이는 야곱과 에서가 극적으로 상봉하던 순간 야곱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야곱은 오랫동안 에서와 떨어져 살았었다. 아니 떨어져 살아야 했다. 아니 에서로부터 도망쳐 살아야 했다. 그랬던 야곱이 오랜 타향살이를 끝내고 고향으로 가는 길을 나세게 된다. 야곱의 행(行)은 일종의 해방이다. 타향살이로부터의 해방이며 나그네살이로부터의 광복을 의미한다. "형님께서 저를 이렇게 너그럽게 맞아주시니, 형님의 얼굴을 뵙는 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듯합니다."(창 33:10, 새번역)라는 말은 야곱의 그 감격을 전하는 말인 것이다.

상극(相剋)의 자리에서 분과 한을 삭이며 살아오던 두 형제가 부둥켜안고 상극이 상생으로 변화된 것이다. 광복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남과 북이 소통하고 어우러지고 하나 됨을 이룰 때 한반도의 우리 민족에게는 하나님을 뵙는 감격이 주어지게 되리라. 야곱과 에서처럼 남과 북도 서로 만나고 소통하고 마주해야 진정한 광복이 이루어진다. 광복 70주년의 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ㅣ이종복 감독 (인천광역시희망봉사단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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