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건강한 가정생활은 성공적인 사역과 그 사역을 지탱케 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커버넌트 신학대학원은 목회자들이 사역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개최한 '목회자들의 고위급 회의'에서 성공적인 목회자들에게는 배우자와 가족의 결정적인 역할이 있었다는 중요한 발견을 했다. '건강한 결혼과 가정생활이 목회자들을 강하게 만들 수 있지만, 반대로 결혼과 가정생활의 어려움은 사역자들을 정상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한 세대 만에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이룬 한국선교에서도 선교사 가정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지원이 요청되고 있다. 비단 결혼과 가정생활뿐 아니라 자녀 양육과 멤버케어, 적절한 후원비 지원 등은 선교사 가정이 건강하고 지속적인 선교의 열매를 맺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25일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에서 열린 '선교사 가정에 대한 책무' 출판기념회 모습.   ©이지희 기자

지난 25일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 한동홀에서는 '선교사 가정에 대한 책무'(두란노 펴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 책은 선교사 가정을 위한 선교사 본인과 선교단체, 파송교회 등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뉴헤이븐의 해외사역연구센터(OMSC)에서 열린 제2차 한국글로벌선교지도자포럼(KGMLF)의 발제, 응답, 요약과 통합, 보충자료 등이 실린 이 책에는 한국 선교사 가정의 미래 발전을 위해 크게 5가지 주제를 '요약과 통합' 부분을 통해 제시했다.

기독일보는 이를 요약 정리해 소개한다.

고무적인 징후들

■ 멤버케어에 대한 관심 증가= 근대 서구 개신교 선교가 두 세기 전부터 겪었던 다양한 문제들을 겨우 한 세대를 지낸 한국선교가 겪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한국선교 초기 '멤버케어'는 생소한 용어였지만 지금은 선교사 멤버케어가 선교 지도자들의 주요 과제가 되었고, 이와 관련된 인력이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발전이다.

■ 많은 한국 선교사 가정들이 충실하게 선교 열매 맺어= 중앙아시아는 구소련 독립 후 첫 10년간 교회 설립의 절반 이상이 한국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됐고, 몽고, 캄보디아에서는 한국 선교사들이 교회 설립뿐 아니라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건설에도 기여했다. 부족한 재정 후원에도 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자족하며 효과적으로 사역하고 있는 것이다.

■ 일부 한국 선교사 가정들은 신실한 후원 받아= 일반적으로 한국 선교사들은 비서구 국가 선교사들과 비교해 많은 선교비를 후원 받고 있으나 서구 선교사들과 비교하면 낮은 후원비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선교사들의 생활이 어려운 이유가 고비용 저효율 선교전략을 수행하거나 자녀 교육에 많은 비용을 사용하는 경향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제공할 수 있는 영적, 정신적 지원 수준을 고려할 때, 한국 선교사들은 일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심스러운 분야

불필요한 고통을 받는 한국 선교사 가정도 있어= 초기 선교사들의 고통은 예상된 일이고 영광스럽게 여겨졌다. 그러나 이 고통 중 일부는 출발 전 적절한 준비로 예방될 수 있는 것이었다. 과거 대부분 한국 선교사들은 선교 현지에서 적절한 케어를 받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많은 열매를 맺은 초기 사역 이후 부부가 이혼에 이르고, 역사로부터 사역이 잊혀지는 경우도 있었다. 선교사 자녀 교육도 선교 현지의 교육 여건을 미리 파악하고, 출발 전 사전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현지에 멤버케어와 자녀 교육 기반을 상당수 갖춘 국제 선교단체 소속 선교사들에게는 불필요한 고통이다.

■ 대부분 한국 선교사 가정들은 충분한 후원 받지 못해= 한국 선교사들은 서구 선교사들에 비해 적은 선교비에도 만족하고 있으나, 현실은 쉽지 않다. 일부 선교사와 선교단체는 재정적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아 있다. 선교비 후원 수준은 잘 알려진 선교사들이 가장 많이 받고 그 다음 국제 선교단체 소속 선교사들, 한국 자생 선교단체 소속 선교사들, 마지막이 개교회 파송 혹은 스스로 선교사로 헌신한 사람들 순이다.

선교본부는 한국교회에서 성공적 모금을 하고 있는 NGO들과의 불가피한 경쟁으로 선교비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선교사 가정은 자녀 교육비가 전체 지출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면서 사역에 전적인 헌신을 하는데 제약을 받기도 한다. 생활비, 교육비, 사역비가 부족한 가운데 선교사 자신의 은퇴 기금을 마련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 한국 선교사들의 결혼 생활에 더 많은 관심 요구= 그레이스교회의 담임목사이자 모자익스 글로벌 네트워크(Mosaix Global Network) 조나단 시다 이사는 "복음주의 선교사가 건강하고 활기찬 결혼 및 가정생활을 이끌어 갈 때 어디서든 사역도 건강해지고 활력을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 선교사의 결혼 생활 문제에 대한 주목이 더욱 필요하다.

한국교회, 한국선교가 발전해 온 역사적 상황과 문화 상황 이해 필요

선교 분석가들, 역사적 발전의 현 상황 이해해야= 서구 선교사 케어의 발전은 1950~1970년, 1970~1990년, 1990년~현재의 세 단계로 나눈다. 단기간 성장한 한국선교는 선교사 케어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또 한국선교 첫 세대들이 가정보다 사역에 우선순위를 두거나 가족의 삶을 선교의 일부로 보는 경향이 있으나, 이제는 가정의 중요성도 많이 인식되고 있다.

전세계에서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는 가운데 선교사 자녀들도 타문화 출신 배우자들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 선교단체들은 소속 선교사들의 다문화 가정을 돌아보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선교사 자녀 교육도 기숙학교, 현지인학교, 홈스쿨링 등 선택 범위가 늘었으나 지역에 따라서는 선택의 여지가 제한돼 있다.

 선교사와 후원자들, 한국 문화적 유산 이해해야= 한국 선교사 부모들은 자녀들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국학교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자녀들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개발하지 못하며, 자칫 현지인도, 미국인도, 한인 동포도, 한국인도 아닌 방랑자로 느낄지 모른다. 오히려 선교사 자녀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면 개인적으로 더 잘 적응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한국 선교사들도 나이든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을 후원자들이 잘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선교사 가정, 선교단체, 파송교회는 유교적 효 사상과 서구식 개인주의가 가정에 일으키는 갈등에 대해 교육하고 교차 문화권 사역에서 오는 감정적 고통을 건설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외에 선교단체와 파송교회는 선교사 자녀들에게 영향을 주는 다중 언어, 다중 문화의 복잡성이 가진 유용성과 위험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25일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서 열린'선교사 가정에 대한 책무' 출판기념회에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듣고 있다.   ©이지희 기자

중요한 책임을 맡은 선교사·선교단체·후원자들

선교사 자녀 교육을 위한 기회= 선교사 자녀를 위한 교육 방법이 기숙학교, 현지인학교, 홈스쿨링, 선교사학교, 국제학교, 한국학교, 온라인학교 등 다양해졌다.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선교사 자녀를 위한 최상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선교사 부모, 선교단체, 파송교회는 함께 재정, 정책 수립, 정보 수집 등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 정신적, 정서적 케어= 선교 사역과 선교사 자녀를 돌보는 일, 또 선교사 자녀들과 하나님 나라는 서로 경쟁적 위치에 있지 않다. 부모 역할과 선교 활동이라는 이중적 도전에 대한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 "선교사 부모의 의무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로운 사랑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다. 선교사 부모가 자녀들을 전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이면 이들을 정신적,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선교사 가정들이 서로의 감정을 의사 소통하는 법도 배울 필요가 있다.

■ 적절한 수준의 재정 후원 보장= 비즈니스 선교는 선교의 기회와 재정적 안정성 등을 제공해 줄 잠재력이 있으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선교사들에게 형평성 있는 후원 수준을 보장하려면 파송교회, 선교단체, 선교사들에게 높은 수준의 헌신이 필요하다.

■ 선교사 은퇴, 재정적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평균 수명의 연장, 은퇴 선교사 수의 증가 등의 상황에서 은퇴 선교사에 대한 이전 세대의 전통적 지원 방식은 유효하나 갱신될 필요가 있다. 후원교회, 후원 시스템의 역량에 따라 선교사들과 선교단체는 전체적인 조정을 해가며 은퇴연금을 맞춰나가야 한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근본'

■ 선교사 가정의 행복은 하나님께 맡겨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는 선교사의 삶과 사역의 근본이다. 하나님은 일상적 교육을 통해 선교사 자녀들을 보호하시며, 선교사 부모들도 '하나님이 우리 자녀들을 평생 인도하신다'는 확신으로 평안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은 선교사 가정의 건강과 자녀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또 그 분은 인간에게 놀라운 적응력을 주셔서 선교사 가정들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을 갖춘 큰 선교 공동체가 되게 했다.

■ 선교사들의 효율성을 하나님께 맡겨야= 우리는 선교사 자녀들의 발전, 다중 문화권에서 선교사들의 사역들에 대한 하나님의 간섭과 손길을 볼 수 있다. 선교사 가정을 둘러싼 여러 도전들 앞에서 우리는 인간의 책임과 하나님의 신실함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선하신 하나님 때문에 우리는 기대와 소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위대한 일을 이루신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일하시고, 앞으로도 일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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