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트루스포럼 황선우 대표
세종대 트루스포럼 황선우 대표.

아기가 태어난 지 1년이 되면 돌잔치가 열린다. 이 날 바닥에는 돈, 실, 연필 등이 놓인다. 육조시대의 중국에서 시작하여 조선에까지 퍼진 '돌잡이' 문화를 시행하기 위함이다. 이 문화는 한반도에서 샤머니즘 전통이 사라지지 않음으로써 2019년의 대한민국에까지 퍼져있다.

돌잔치 날, 아기는 바닥에 놓여 있는 물건 중에 아무거나 잡는다. 정확히는, 부모님이 아기에게 돌잡이로써 물건을 잡게 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아기가 아무거나 잡기를 바라진 않는다. 아기가 돈을 잡으면, 가만히 있는 아기 옆에서 부모님은 뛸 듯이 기뻐한다. 아기가 실을 잡으면 부모님은 은근히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돌잡이라는 것에 아기를 향한 부모님의 바람이 투영된 것이다. 최근의 돌잡이 물건에는 마이크나 축구공 같이 특정 직업을 나타내는 물건까지 추가되었다. 부모님이 원하는 아기의 향후 직업까지도 돌잡이에 투영되었다.

돌잔치를 할 때면 아기는 이미 어머니로부터 젖을 뗀 상태여야 한다. 아기가 태어난 지 1년이 넘었는데 모유 수유를 끊지 못하면 어머니의 산후 우울증과 아기의 지나친 의존성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기의 돌잔치 때 돌잡이 문화가 행해지면, 아기가 이미 젖을 뗀 상태라 한들 아기는 다시 어머니의 젖을 무는 것과 같이 된다.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보지 못하고, 돌잡이에 투영된 부모님의 바람만이 드러나는 것이다.

하나님이 자신을 통해 이루길 원하시는 꿈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함에도, 돌잡이에 담긴 부모님의 꿈에 머물러 있다. 하나님과 자신의 1:1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고 여전히 부모님의 신앙에 머물러 있다. 자녀에게 맡겨진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드러나지 못하고, 돌잡이로 잡은 돈 혹은 특정 직업 물건에 묶여 있는 삶이다.

우리가 잡아야 할 돌잡이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인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 부부는 기부를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유명할만도 한 것이, 이 부부는 자녀들의 돌잔치 비용 마저도 기부했다. 션·정혜영 부부는 네 자녀를 두고 있는데, 자녀들의 돌 때 모두 돌잔치를 하지 않고 그 비용만큼을 기부했다. 기부자명은 돌을 맞은 아기 이름이다. 그래서 누군가 이 부부의 한 아이를 가리키며 "이 아이는 돌잡이로 뭐 잡았어요?"라 물으면 부부는 "이웃의 손을 잡았어요"라 답한다.

션·정혜영 부부는 자녀들의 돌 이후에도 생일 때마다 자녀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 자녀들이 돌잡이로 잡았던 '이웃의 손'을 평생토록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행사다. 자녀들이 돈을 잘 버는 것보다, 인정받는 직업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음을 이 부부는 기부를 통해 고백한다.

돌잡이는 한 사람에게 처음으로 결정되어지는 삶의 방향이다. 그래서 돌잡이 물건에는 인간에게 참된 기쁨을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거짓되고 일시적인 물건이 돌잡이로 잡힌다면, 그것이 현실에서 실현된다 하더라도 결코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우리가 잡아야 할 돌잡이는 오직 진리되신 하나님 말씀 하나 뿐이다. 돌잡이 물건에 다른 것을 함께 놓아서도 안 된다. 말씀만을 돌잡이로 잡고 그것이 평생토록 삶의 방향이 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이 돌잡이를 쥐어줘야 한다.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다른 돌잡이 물건을 올려놓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다.

갓 만 1살 된 아기처럼 새로운 돌잡이를 손에 쥐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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