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을 위한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본 연명의료결정제도 포럼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이국종처럼, 깨어진 육체를 맞추고 꿰매서 살려내는 의사가 있어야 하지만, 충분히 다 살고 죽으려는 사람들의 마지막 길을 품위 있게 인도해주는 의사도 있어야 한다. 죽음은 쓰다듬어서 맞아들여야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다. 다 살았으므로 가야 하는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파이프를 꽂아서 붙잡아놓고서 못 가게 하는 의술은 무의미하다”(김훈 작가 / 조선일보 2019년 6월 14일)

“죽음은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일부”라는 웰 다잉 인식이 자리 잡는 가운데,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안락사”와 다른 죽음 긍정 문화가 최근 소개되고 있다. 이에 제 6회 웰다잉 포럼이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10일 오후 2시에 개최됐다. 대한 웰다잉 협회가 주최했다.

먼저 전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박상은 의사는 ‘생명윤리학적 관점에서 본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발제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안락사는 생명결정권의 남용이며, 허용 되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그는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과는 구별되어야한다”며 “이는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죽음의 연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삶이 있다면, 죽음을 피해서도 안 된다”며 “종교적으로 죽음이 천국에 이르는 관문이라면, 죽음 또한 새로운 삶의 관문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웰다잉을 위한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본 연명의료결정제도 포럼
왼쪽은 최영숙(대한웰다잉 협회장), 오른쪽은 박상은(G-샘병원 대표원장)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 대목에서 그는 연명의료결정법 쟁점을 논의했다. 그는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연명의료결정 중단대상에 해당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는 상태”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연명의료 중단은 앞서 제시한 시술을 환자의 의사표시에 따라 이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3월부터 ECMO, 체외 생명 유지술, 수혈, 혈압 상승제 같은 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술도 연명의료에 포함됐다.

아울러 그는 “연명의료치료를 통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살리려다, 죽음의 연장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연명의료 중단으로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자연적 임종을 맞이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만 그는 “본인의 의사표시가 없었을 경우, 가족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법 조항은 매우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이를 현실적으로 합의에 따른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죽음까지 말기환자와 가족을 위한 전인치유를 담당하는 호스피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2017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그는 “2019년 3월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 말기 암 환자에서부터, 비 암성 말기환자까지 호스피스를 원하는 장소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긍정했다. 아울러 그는 이런 제도 마련으로,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문화가 형성될 것”을 기대했다.

특히 그는 “호스피스 봉사자는 죽음을 통과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마라톤 완주 자를 격려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스피스 돌봄에 추가될 대상 질환은 말기 암에서, 치매·파킨슨병·뇌졸증·당뇨병 등으로 확대됐다”고 덧붙이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결국 그는 “의료인들은 임종과정에서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적절한 돌봄을 제공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호스피스와 임종자가 웰 다잉을 맞기 위한 몇 가지를 제언했다.

그는 “죽음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질 것”과 “죽음 너머 새로운 삶이 있음을 알고, 준비할 것”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가족과 죽음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며 “하루하루 감사함으로 즐겁게 살아 죽음을 맞이할 것”도 제안했다.

최근 한 예로 85세의 전립선 암 환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후, 호스피스병동에서 50여명의 지인을 초대해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지인들과 함께 춤추며 노래하는 장례식을 열었다. 그는 “죽음 이후의 장례는 의미 없다”며 “임종 전 지인과 함께 이별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죽음을 피하기보다, 자연스런 죽음을 순응하고 기계적 장치로 연명 치료하는 것을 그만둔 셈이다.

끝으로 박 원장은 “인간은 그 누구도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면서 “단 의학적으로 더 이상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는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즉 그는 “죽음을 앞둔 노년이라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그저 자연적 죽음에 순응하는 것”이므로 “작위적으로 생명을 중단하는 개념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본인의 생전 뜻에 따라 장기를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다”고 긍정했다. 하여 그는 “기계적인 장치 속에 고독하게 죽지 않고, 가족과 함께 고요히 죽음을 맞이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웰다잉을 위한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본 연명의료결정제도 포럼
왼쪽 박수경(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 오른쪽 이장형(백석대 기독교윤리학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웰다잉을 위한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본 연명의료결정제도 포럼
왼쪽은 김명희(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 오른쪽 정극규(모현 호스피스 병원장)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장형 백석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도 토론을 통해 “생명을 물리적 지속보다, 질적 개념으로 변환시켜 생각해본다면,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합의점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다시 말해 그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생명을 물리적으로 지속시키기"보다 "생명체의 조건과 품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생명을 질적 개념으로 본다면, 연명의료 중단은 좀 더 의미 있을 것"이라 전했다.

다만 그는 “사회경제적 혹은 실용적 관점에서 죽음을 앞당기려는 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즉 그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논의가 확대돼 지나친 세속화를 저지하고, 물질주의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정극규 모현호스피스 원장은 “호스피스 전문 의사와 간호사 육성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대학병원 등에서 인턴 선생이 처음 대면하는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임종했다’는 단순 선언으로는, 웰 다잉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여 그는 “환자의 죽음까지 건강뿐만 아닌 심리적·영적 돌봄을 맡는 전담 호스피스 의사·간호사 육성을 국가가 나서주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병원 중심의 호스피스 제도보다, 독립형 호스피스(의원급)을 확대시켜야 한다”며 “농어촌 비롯한 지역사회도 호스피스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 외에도 박수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웰다잉을 위한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본 연명의료결정제도 포럼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