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 ©자료사진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지난해 말 '1위 종교는 개신교'란 결과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2015 인구센서스'가 비단 개신교 성도들에게만 충격을 줬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숫자가 줄어든 불교도, 천주교도 모두 할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번 센서스 결과를 놓고 3대 종교가 모여 대화하는 특별토론회가 마련됐다.

25일 오후 월드컬처오픈 W스테이지 안국에서는 신대승네트워크와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공동주최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의 종교, 탈종교화에 대응할 수 있나?"(2015 인구센서스의 종교인구 변동이 던지는 의미와 과제)란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기조강연을 전한 윤승용 이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불교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개신교인구의 증가현상을 보면, 종교 인구 감소시대에는 산토끼를 찾아 나설 것이 아니라 집토끼를 잘 관리하는 전략이 더 주효하다"고 평가했다.

먼저 윤승용 이사는 "2000년대 탈근대 사조에 유일무이한 지배 이념이 된 신자유주의가 결합하면서 한국사회는 전환기를 맞고 있는데, 기존의 공동체가 붕괴되고 개인에 과도한 책임을 돌리는 세계적 차원의 경쟁사회가 되면서 신앙 대중들은 각자 피난처를 찾아 나섰다"고 했다.

이어 "근대조직이 취약한 전통적 종교들의 주변성원들은 각자 피난처를 찾아 흩어진 반면 조직기반이 튼튼한 근대적 종교들은 외부와 담을 쌓아 자신의 종교인구를 방어했다"고 설명하고, "이른바 주변의 이탈과 중심의 결속이라 말할 수 있는데, 때문에 이번 종교인구의 급격한 변동은 한국사회의 전환기에 등장한 한국적 종교현상으로서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한 국면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또 윤 이사는 "한국종교가 탈종교시대를 맞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적 사회상황이 종교적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는데도 종교인구가 감소한 것은 기성 제도종교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말하자면 사회불안과 생존위기를 담아내지 못한 기성 제도종교의 위기"라며 "이런 종교적 욕구를 받아들인 종교는 기성종교가 아니라 대체종교들로, 이들이 한국의 새로운 종교지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대체종교가 바로 ‘영성종교와 근본주의'인데, 영성종교는 떠도는 불교의 재가불자에 작용하여 종교인구를 대폭 감소하게 했고, 근본주의는 개신교의 대형교회에 작용하여 종교 인구의 감소를 막았다"면서 "여기에 민주화 이후 종교 내부 구성원들의 분화는 주변의 이탈과 중심의 결속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한 것"이라 분석했다.

특히 윤 이사는 개신교에 대해 "개신교의 종교인구 증가는 구성원을 결속시키는 근대조직의 힘과 주변성원들의 강한 신앙 정체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이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탈종교 형상의 거대한 흐름에 벽을 쌓아 만든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한국사회 전환기에 근대조직의 힘으로 1위의 종교로 등극하였지만, 탈근대에 대한 방어적 대응만으로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 했다.

덧붙여 그는 "전통문화와 이웃 종교와 갈등을 일으키고, 성조기와 종북에 의지해 자신의 신앙을 유지하려 한다면 한국의 지배종교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뼈아픈 한 마디를 던지며 발표를 마무리 했다.

종교유형별 인구(1995, 2005, 2015)
종교유형별 인구(1995, 2005, 2015) ©통계청 제공

한편 행사에서는 윤승용 이사의 기조발표 외에도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박수호 연구위원(중앙승가대 불교사회과학연구소) 박문수 편집위원장(가톨릭평론) 등이 각각 개신교와 불교, 천주교의 입장에서 발제했다. 이후 김현준 대표(카이로스, 개신교) 유승무 교수(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 불교) 오지섭 교수(서강대 종교학과, 천주교) 등이 함께 하는 토론의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특히 김진호 연구실장은 "종교인구 문제의 '황당함'과 '곤혹스러움' - 개신교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했는데, 대사회적인 신뢰도 저하에도 불구하고 개신교 인구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현상에 대해 "‘2005 인구센서스’에서 개신교 신자임이 낮게 표기된 것과 ‘2015 인구센서스’에서 높게 표기된 사이에는 두 조사 응답자들의 종교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인식 기준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실장은 "2005년도의 대중은 민주주의나 반미 같은 이데올로기적이고 진보주의적이라는 이성의 기획이 중요했었다면, 2015년의 대중은 그런 계산 가능한 미래에 대한 기획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오히려 자신의 상처받은 감정을 위로받고 싶어 하고, 산산이 부서진 사적 공동체들을 대체하는 대안적 공동체에 귀속되고 싶다는 갈망이 더 큰 이들"이라 보고, "개신교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평가나 도덕적 평판보다는, 더 다양한 위로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더 긴밀하게 친구들과 엮일 수 있는 장(fields)을 선호했던 것"이라며 "그런 프로그램들과 공감의 연결망이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되는 장이 바로 개신교회였던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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