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못 구해요? 못 건지는 게 아니라 안 건지는 거 아니예요?"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엿새가 되도록 탑승객 230여 명이 '실종' 상태인 데 대해 경기 안산지역 외국인들은 대체로 "안타깝다"서도 동시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참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안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사는 다문화 밀집지다.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이번 사고는 남의 일 같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산 원곡동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38·중국 교포)씨는 21일 "처음에 TV에서 단원고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시간도 안 돼 내용이 바뀌어 놀랐다"고 했다.

단골손님 중에 단원고 학생이 있다는 A씨는 "TV를 틀면 온통 세월호 뉴스여서 어젯밤에는 꿈에도 세월호가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 수백 명이 타고 있는데 자기 혼자 살겠다고 먼저 도망간 선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다.

원곡동에서 만난 B(54·여·우즈베키스탄 국적)씨는 사고 발생 자체보다 이후 당국의 대응을 더 황당해 했다.

B씨는 "안타까운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부모 심정이 어떻겠냐"면서 "그런데 한국같은 부자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냐. 왜 아직도 못 구하고 있는 것이냐"고 거듭 물었다.

한국에 온 지 14년, 이제 안산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는 C(36·방글라데시 국적)씨에게도 이번 사고는 남 일 같지 않다. 집이 단원고 바로 근처인데다 한국에 와 낳은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이 크면 단원고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

C씨는 "배 운전한 사람이 너무 잘못했다. 날씨가 한겨울도 아니고 뛰어내리라고 했으면 다 살았을텐데"라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C씨는 이날 오전 가까운 안산지역 방글라데시인들과 마음을 모아 과일과 커피, 물, 간식거리 등을 1.5t 트럭에 실어 진도로 보냈다.

2009년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장남을 잃은 D(61·여·중국 교포)씨는 당시 한달간 한국에 머무르다 5년 만인 지난 16일 마침 안산에 사는 딸을 보기 위해 다시 입국했다가 세월호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파 이틀 밤을 울었다.

D씨는 "당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고통이다. (실종자 부모나 유족들은)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살아서 돌아온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시신이라도 빨리 찾았으면 좋겠는데 왜 그러지 못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3면이 바다이고 잠수도 잘하는데 왜 일주일이 다 되도록 못 건지냐"는 것이다.

안산예일러시아교회 홍성광(56·러시아선교사) 목사는 "많은 외국인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 황당해 하고 있다. 법을 중요시하는 한국이 왜 법을 지키지 않았냐는 말에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선장이 사태를 키우긴 했지만 돌이켜 보면 법을 안 지키는 것이 곧 법이 돼 버려 이런 일이 생긴 것 아니겠나"라면서 "선장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산은 지난 해 말 기준 등록 외국인이 4만9249명으로 전국(98만9079명)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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