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선교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두고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있어왔다. 즉 1960년 대 이후로 선교의 목표가 인간화냐 복음화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어왔고, 근자에 들어서는 통전적 선교 신학이 출현하면서 인간화와 복음화 사이에 우선순위를 두지 말고 두 과제를 모두 추구해야 한다는 쪽으로 매듭지어지는 분위기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통전적 선교 신학을 말하면서도 양 진영은 은연 중 한쪽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찌되었든 이제 우선순위 논란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선교의 궁극적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다. 즉 선교의 최종적 목표는 복음화 또는 인간화를 넘어선다. 인간화나 복음화가 선교의 중요한 목표로 제시될 수는 있지만, 선교의 최종적인 목적을 ‘하나님의 영광’으로 설정하고 기타 모든 선교 목표와 전략을 검증하고 최종적 목적에 맞출 때 선교는 가장 바람직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장에서는 선교의 최종적인 목적을 하나님의 영광으로 제시할 것이다. 즉 선교의 최종적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으로 설정될 때 가장 바람직한 선교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성도의 삶과 교회의 선교에 있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하나님의 영광을 목표로 삼을 때 어떤 유익이 있는지를 분석한 후, 하나님의 영광을 선교의 목표로 삼을 때 수행해야 하는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II. 성도의 의무와 선교의 목표로서의 하나님께 영광돌림

1. 성도의 의무로서의 하나님께 영광돌림

하나님께 합당한 영광을 돌리는 의무는 성경의 핵심적인 명령 중의 하나이다. 히브리어에서 영광을 의미하는 카보드(kabod)는 부나 명예 등을 의미하고, 헬라어의 독사(doxa)는 대개 좋은 명망이나 평판을 의미한다. 킷텔 사전에서는 이 단어에 대하여 “...doxa는 눈에 보이지 않기도 하고, 율법을 줄 때나 성막이나 성전에서처럼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하나님의 특성이다. ..... 그에게 영광을 돌리는 것은 그가 갖고 있지 않은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그의 몫인 명예를 인정하는 것이다(사 42장).” 라고 설명한다. 즉 성경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은 실재하시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인정하고 (행 12: 23) 그것을 구체적으로 찬양하는 것(눅 2: 14)을 의미한다.

구약에서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창조하시고 선택하신 목적이 바로 하나님의 영광임을 선포하는데, 예를 들면 이사야 43장 7절은 “내 이름으로 불려지는 모든 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 그를 내가 지었고 그를 내가 만들었느니라” 라고 말씀하고, 같은 장의 21절은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 함이니라” 고 말씀한다. 즉 이스라엘의 존재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임을 분명히 선포한다. 신약에서도 여러 곳에서 성도의 가장 중요한 의무를 하나님께 드리는 영광으로 말씀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예수께서는 산상수훈에서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고 말씀하셨고, 사도 바울도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고 권면하고 있다. 새 이스라엘인 교회 역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하여 스탠리 그렌즈는 “... 교회의 모든 계획과 목표들과 행위들을 위한 궁극적인 동기가 오로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고 하는 우리의 욕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영광은 이스라엘이나 교회에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 우주에 주어진 것이다.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스탠리 그렌즈는 “성경의 기자들은 모든 피조물의 근본적인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라고 언급한다. 탐 웰즈도 “.... 하나님의 영광은 창조의 위대한 목적이다. 하나님은 그분을 찬양하도록 만물을 창조하셨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드신 이유이다. .... 만물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였고, 존 파이퍼는 “.... 하나님은 세상이 그분의 영광, 곧 모든 면에서 완전하신 그분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전하도록 지으셨다. 그분은 내가 그 영광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그분께 영광과 감사를 돌리도록 지으셨다. 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확대’(찬미)하도록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파이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 역사를 통틀어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에서 피로 사신 바 된 사람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즐길 수 있도록 그 영광을 보존하고 나타내는 것이다. 하나님의 목표는 자기 백성들이 기뻐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가장 만족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최고의 영광을 얻으시기 때문이다. 기쁨은 의무보다 더 고귀한 찬사다. 하나님의 최고 목표는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고 영원히 그 영광을 즐기는 것이다. 기쁨에 찬 백성들의 열정에 하나님이 중심을 차지하실수록 하나님께서 더욱 영광을 얻으시기에, 하나님의 자신을 향한 기쁨과 우리의 기쁨은 곧 하나다.”

결국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신 것과 이스라엘과 교회를 택하신 것의 주된 목적은 모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영광은 단지 하나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피조물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의 영광은 피조물인 인간들의 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선물인 창조세계 속에서 인간들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게 되고 그 선하심을 찬양할 때 인간들은 참된 기쁨을 누리게 되며, 그 기쁨으로 하나님을 찬양할 때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게 되며 그 때 인간들도 참으로 복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부모와의 관계가 바로 되어 있고, 부모를 부모로 인정하고 부모의 뜻을 존중하며 사는 자녀가 행복하듯이, 하나님께 합당한 영광을 돌리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는 인간이 참된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영광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며 동시에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명령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선교의 최종 목적으로서의 하나님께 영광

성경은 성도의 사명이 스스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도록 이끄는 것임을 여러 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산상수훈 말씀에 나오는 “.....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는 말씀은 성도가 하는 모든 행실의 중요한 목적이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는 것임을 선포하고 있다. 바울도 로마교회 성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리스도의 사역이 유대인들의 견고한 신앙 뿐 아니라 “이방인들도 그 긍휼하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하심.....” (롬 15: 9)임을 말씀하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신의 사역 역시 이방인으로 하여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바울의 사역 목표에 대하여 이승호는 “바울 선교의 긍국적인 목적은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유대인과 이방인)이 한 목소리로 영광의 주를 찬양하는 데에 있다.”고 강조한다. 파이퍼도 이와 연관하여 “... 성경의 목적은 다음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하나님은 ‘친히’ 자신의 영광을 지지하고 드러내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불러 그분께 동참하여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까지 이것을 삶의 목표로 살게 하신다.” 라고 설명한다.

성경의 이와 같은 가르침을 토대로 벌카일은 보에티우스가 말한 선교 목표를 1. 이교도의 회심이 가장 직접적인 목적이 된다. 2. 교회의 설립이 그 다음 목표이다. 3. 하나님의 은총을 나타내어 영광을 돌리는 것이 가장 궁극적이고 최고의 목적이 된다. 로 정리하고 있다. 회심을 한다는 것은 곧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것이고 하나님의 백성의 모임인 교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교회와 성도들은 아버지에게 합당한 예우 즉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아울러 성도들은 예배와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무한하신 영광을 맛볼 때 다른 사람들도 이 영광의 체험으로 오도록 도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정운은 “....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선교야말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할 선교인 것이다.” 라고 말하였고, 노영상도 “우리의 선교에서 하나님의 주권이 선포되어야 하며, 그 선교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성호에 대한 찬양이어야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탐 웰스는 “인생의 가장 큰 특권은 다른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되, 그분의 성품과 행위의 모든 영광 가운데서 하나님을 알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선교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님의 구원 행동을 증거하는 일과 하나님의 성호를 찬양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이사야 12장 4-5절은 “그날에 너희가 또 말하기를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 이름을 부르며 그 행하심을 만국 중에 선포하며 그 이름을 높다 하라 여호와를 찬송하는 것은 극히 아름다운 일을 하셨음이니 온 세계에 알게 할지어다.”라고 말씀하고 있다. 세상은 아직도 하나님을 무시하거나 대적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증거하고 이들 역시 하나님을 예배하고 즐거워하는 무리 안으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선교의 최종 목적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존 스토트는 “하나님의 은혜와 영광을 찬송하며 사는 것은 우리가 은혜로운 하나님이신 그분을 말과 행동으로 예배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도 그분을 알고 찬송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구약 성경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목적이었다(사 43:21, 렘 13:11). 또한 오늘날 그분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목적이기도 하다.” 라고 말하였고,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 하나님 백성의 선교는 그들이 하나님께 찬송과 영광을 돌리기 위해, 그리고 세계 열방을 동일한 찬양의 오케스트라로 데려오기 위해 창조되었다는 사실에서 유래된다.”고 말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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