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민아트갤러리
호민아트갤러리 소속으로 참여한 6명의 기독 작가들. (뒷줄 왼쪽부터) 데이비드 하니프 작가와 그의 아내 허정훈, 정두옥 작가, 호민교회 신석 목사 (앞줄 왼쪽부터) 서계원 작가, 구숙현 관장, 장득경 작가, 변영혜 작가 ©이상진 기자

기독교 미술 작가들이 일반 전시회에서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앙을 공개하지 않고, 일반 전시회에 참여하는 기독 작가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교회의 갤러리를 중심으로 한 6명의 기독 작가들이 일반 아트페어에 그룹으로 참여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호민교회를 거점으로 삼는 호민아트갤러리(관장 구숙현 목사)를 중심으로 한 6명의 기독 작가들은 7일부터 15일까지 ‘예술의전당’에 내에 위치한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이 6명의 작가들은 기존의 교계 내부만을 위한 전시의 틀을 깨고, 일반 전시로 진출했다. 전시회를 복음의 도구로 삼는 것이다. 좋은 소식도 전했다. 이들은 전시회 동안 아트페어 주최측이 “전시회의 수준을 높여 주어 감사하다”고 직접 인사를 보내왔던 간증도 전했다.

호민아트갤러리의 구숙현 관장은 ‘이번 아트페어에 참여한 동기’에 대해 “요즘 사람들은 복음을 직접적으로 전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기독교의 양적 팽창 속에서 기독교의 신앙이 하향평준화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마음을 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그림이 더 필요한 시간이 됐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 높아져서 복음을 간접적으로 전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복음의 메시지만 던져도 삶에 힘들었던 사람들이 쉽게 마음을 열었지만 지금은 풍요로움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닫혀 있고, 심지어 완악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그림을 통해 접근한다면 마음이 많이 열린다”며 “전시회를 통해 그림을 소개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면 어떤 경우는 복음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앙에서 멀어졌던 사람들이 회복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는 간증을 전하기도 했다.

그녀는 “아주 기독교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서 여는 전시도 생각하고 있지만, 일반 전시 속에서 같이 복음적인 것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사실 이번 전시는 좀 갑작스럽게 참여하게 됐지만, 그런데 그 가운데 뭔가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 같고, 인도하심이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구 관장은 “전시회에 일반 미술과 전시를 같이 해 보니 특별히 뭔가를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영적인 차이를 느꼈다. 그래서 여기서 어떤 사명감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거룩한 욕심같은 것이다. 기독 미술 작가들 중에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 더 많은 작가들이 각자의 신앙고백적 작품들을 가지고 이런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은 교회에서 동네 잔치처럼 우리들만의 전시회를 했는데, 일반 전시회에 나오니까, 여러가지를 경험하며 내 스스로도 놀랐다. 내년에는 부스를 조금 더 늘려서 전시를 하려고 한다. 이런 부분에서 뭔가 비전을 좀 더 보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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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나로 보게하소서 60cm/60cm. 구숙현 작가
©호민아트갤러리 제공

한국미술인선교회의 회장으로도 섬기고 있는 정두옥 작가는 “기독문화를 주도하는 것이 사명인데, 우리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일반 전시회에서 기독미술이 한 자리만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뭔가 다르다, 우리 미술이 높은 수준을 보기이도 했다”며 “기독 미술이 세상 문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락한 문화에 창조질서에 부합한 아름다움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는 않지만 거룩하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관람객들도 우리가 기독교적 요소가 많다는 것을 안다”며 “그런데 거부감이 별로 없다. 작품이 좋아서 사진도 찍어가고 한다. 자칫 종교 미술로 치부하고 터부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발판으로 기독교 미술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가치있게 느끼고 아름답게 느끼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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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옥 작가 . 작품명 Rest ©호민아트갤러리 제공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젊은 작가인 데이비드 하니프는 “예술의전당에서는 아무나 쉽게 전시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참여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주변의 참여 작가들은 대학교의 교수님들이시고, 오랜 연륜이 있으신 분들이고, 유럽의 좋은 학교에서 유학하신 분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분들처럼 세상적인 커리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이곳에 함께 참여하게 해 주셨다. 하나님이 길을 여셨다”며 개인적인 소감을 전했다.

하니프 작가는 “사막에서 물을 찾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 주지 않는 것은 죄”라는 라는 아랍어 속담이 있다며 ‘생명의 물’이라는 자신의 한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예수님이 생명의 물”이라며 “그것을 세상에 알려 주지 않는 것은 죄다. 그래서 세상에 알려 줘야 한다. 알리지 않으면 세상이 죽는다. 왜냐면 세상에는 물이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모세의 지팡이’와 같다고 말한다. 그는 “‘모세의 지팡이’는 사막의 지팡이다. 사막에는 큰 나무가 없다. 모세의 지팡이는 크지 않은 지팡이다. 한국에서 보는 그런 나무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리고 사막에서 나뭇가지가 버려지면 수분이 빠지고 속이 약해져서 쉽게 부서진다”고 했다. 이어 “그런 약한 지팡이를 모세가 던졌을 때, ‘뱀’이 됐다. ‘뱀’은 사막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라며 “하나님이 약한 나를 이처럼 써 주셨다. 감사하다. 그 분께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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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하니프 작가는 "조국 아프가니스탄에는 탈레반 정권에 의해 소년과 소녀들의 교육의 제한된다"며 "그들의 삶에 소망이 없는 것을 본다. 나는 그들에게 소망을 주고 싶다. 풍선은 그 소망을 상징한다"고 했다.

동양의 채색화를 주로 다루는 서계원 작가의 주요 작품 소재는 ‘무궁화’이다. 성경의 ‘샤론의 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샤론의 꽃’인 무궁화를 의인화 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그녀는 “나의 미술은 붓으로 그리는 기도이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예배”라며 “이처럼 자신이 마음에 있는 것을 그림에 쏟아 부어넣고 표현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녀는 전시회에서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들과 우연히 만났다. 이들도 전시회에 작가로 참여한 것이다. 서 작가는 “옛 제자들과 같이, 또 동료 작가들과 같이 전시를 하는 것이 마치 잔치 같은 기분이다. 어찌 보면 10일의 전시회를 가는 것은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는 너무 재미있었고 보람이 있었다. 너무 행복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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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원 작가. 작품명: 양의 문 72.7cm×60.6cm 장지·분채 ©호민

전시보다는 후학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온 장득영 작가는 오랜 기간 학교 강단에서 사람들을 가르쳐 왔다. 그녀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사실 의도하지 않은 참가였다. 그런데 참가하면서 여러 상황을 거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는 것 같았다”고 참가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 전시에 한 알의 밀알로 참여를 했다”고 강조하며 “그래서 이번 전시를 디딤돌 삼아 다음 전시회부터는 다음 세대와 젊은 기독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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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득영 작가. 작품명: 달터1 25cm×25cm watercolor ©호민아트갤러리 제공

변영혜 작가는 5m가 넘는 대형 작품도 적지 않게 다루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공간상의 한계로 주로 축소된 형태의 아트 상품 위주로 전시했다. 그녀는 “나는 지금까지는 주로 복음의 메시지와 성경을 주제로 한 그림들을 많이 그려왔다. 그래서 일반 아트페어에는 잘 참여하지는 않았다. ‘십자가’를 직접적으로 그리지는 않았지만, ‘지성소’의 느낌이나 성전, 하나님의 임재 등을 표현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 그림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이 참 신선해 했다”고 했다.

변 작가는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자신의 한 전시회에서 작품 주변을 배회하던 한 스태프가 자신을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그 학생은 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예수님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하며, 크리스천인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변 작가의 작품을 보러올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변 작가는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전시회라고 너무 한계를 지을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이 조금 특이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좀 관심을 갖기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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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혜 작가. 작품명: 구원의 산성 90cm×73cm 한지에 수묵채색화, 혼합재료 ©호민아트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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