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종교인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조사 발표가 나왔다.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 정책연구소가 지난 19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신이 삶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영국인들의 숫자가 1980년대 이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및 북아일랜드 전역의 성인 3,0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을 믿는다’고 답한 이들은 49%였다. 이는 지난 1981년 조사에서 75%가 ‘믿는다’고 했던 것에서 26%나 감소한 결과치다.

자신을 ‘종교적’이라고 답한 이들도 1981년 57%에서 33%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하나님이 내 삶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8%에서 오늘 57%로 2배 이상 증가해 영국 사회에서 무종교인의 수치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당연히 ‘천국을 믿는다’는 응답자도 57%에서 41%로 떨어졌다. 천국에 대한 믿음은 1981년 조사 이후 꾸준히 유지돼 오다 지난해 조사에서 인구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매주 예배에 참석한다’고 한 응답자가 10%로 나타난 것이 말해주듯 기도와 예배 참석률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았다. 미국(29%)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란 건 영국이 처해있는 영적 빈곤 상태를 잘 말해준다. 심각한 건 이런 현상이 Z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뜻이다.

이 조사가 기독교에 국한한 게 아니므로 기독교인 증감의 표본으로 삼기엔 적당치 않다. 그러나 영국 사회에서 종교인구가 감소하고 무신론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독교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시사한다. 런던대학교 사회과학 교수인 데이비드 보아스는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이 종교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기독교인이 감소하고 교회가 텅 비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렵고 노인들 몇 명이 주일에 예배당을 지키는 형편이다. 그러는 사이 지난 30년간 5천 교회가 문을 닫았다는 통계가 있다. 스코틀랜드 교회는 2000년 이후 교인의 절반 이상을 잃었으며 예배 참석자의 평균 연령은 62세라고 최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보도한 바 있다.

영국은 전 세계 장로교회가 시작된 곳이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와 한국장로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영국 교회가 교인이 없어 문을 닫거나 술집과 카페 등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비단 영국의 장로교회뿐만이 아니다. 감리교회 등 영국내 다른 개신교 교파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얼마 전 영국 일간지 ‘디인디펜던트’에 ‘영국 교회가 40년 내에 사라진다’는 기사가 실릴 정도다. 오죽하면 영국성공회 캐리 주교가 “영국은 이제 선교지가 되었다”라는 탄식을 했겠나.

미국 교회의 사정도 영국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미국 전체 성인의 10%는 교회와 무관한 사람이고 전체의 33%는 한때 교회에 출석했으나 지금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가나안 성도’들인 걸로 나타났다.

기독교에 뿌리를 둔 서구 여러 나라들에서 종교에 무관심한 무종교인이 늘어나고, 기독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추세는 곧 교회의 쇠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서구 기독교가 멸종 위기”라고 한 기독교 미래학자인 래너드 스윗의 진단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서구교회의 쇠퇴 원인은 기독교의 종교화에 있다. 한마디로 현대인의 영적인 갈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안심할 수준인가. 최근의 추세로 볼 때 한국교회 역시 서구교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 한국교회는 가파른 부흥기를 지나 정체 또는 쇠퇴기에 접어든 현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예배가 소홀해지면서 모이는 일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코로나19에 돌릴 순 없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최근 교세 감소세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일상이 회복되면 나아지려니 했으나 별반 달라진 게 없어 속을 끓이고 있다.

사실 교회에 밀어닥친 세속화는 코로나19 보다 상대하기 훨씬 버거운 존재다. 무조건 큰 것만 쫓는 물량주의, 돈을 쫒는 배금주의에 지배당한 교회는 어느 것이 성(聖)이고 어느 것이 속(俗)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것이 교회의 밖 사람들의 교회 접근을 막을 뿐 아니라 교회 안의 사람마저 밖으로 몰아내는 요인이 된다.

많은 교회가 오늘도 하나님을 믿는 바른 신앙 안에 거하기 위해 애쓴다. 성도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예배와 전도, 양육과 교제를 실천하고 있다. 물론 믿음과 헌신 위에 바로 선 이런 교회들이 대부분이지만, 성장과 확장, 번영을 추구하며 영적 장사꾼 노릇을 하는 일부 교회 또한 오늘 한국교회가 보여주는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을 비롯한 서구교회들이 성도가 없어 문을 닫고 술집, 카페로 업종 변경을 하는 현실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린 아직 멀었다고 하는 순간 코앞에 닥칠지도 모른다. 한국교회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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