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방역질서를 위반한 경우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규정을 두는 것은 물론 미신 행위를 이유로 공개 처형을 하는 등 주민들의 생명권이 여전히 극심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연구원은 23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백서 2022'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서는 미신행위, 마약 거래행위와 한국 녹화물 시청·유포행위에 대한 사형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2018~2019년에 미신행위에 대한 정책적 통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공개처형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2018년 탈북한 주민은 최근 빙두(마약) 때문에 총살되는 경우가 많으며, 공개처형보다는 비공개처형으로 진행한다고 알렸고, 또 다른 탈북민은 한국 드라마 유포 및 마약 밀매 죄목으로 1명이 공개 총살됐다고 전했다.

백서는 이에 대해 "마약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이 한국 녹화물을 시청·유포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북한 당국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또 비상방역법에는 방역질서를 위반한 경우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었고, 형사사건 처리 과정에서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가 지속되고 있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북한 당국은 구류장, 집결소 등 구금시설 수용자에게 과도한 노동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민반, 생활총화 등을 통한 주민감시와 사생활 침해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행방불명자, 탈북자, 한국에 가족이 있는 주민 등에 대한 감시와 도청이 강도 높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외부 문화와 접촉하는 주민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백서는 북한 주민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있어 한국과 관련된 녹화물이나 통화기록, 문자 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젊은 세대가 주로 단속에 적발되며, 휴대전화 단속에 적발될 경우 노동교화형까지 선고되기도 하지만 뇌물로 무마된다는 증언도 다수 수집됐다.

2020년 12월에 채택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이행 실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앞으로도 비사회주의 퇴폐문화로 규정되는 한국 관련 정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백서는 이밖에 비효율적인 식량 증산 정책과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인해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과 아동 등 취약계층의 인권은 다소 개선된 정황도 포착됐지만 전반적으로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백서는 "북한 사회 내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남성의 의식 변화, 젊은 세대의 결혼관은 가정폭력 감소, 가정 내 역할 분담에 일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도 "경제적 빈곤, 외도, 음주, 마약 등의 이유로 가정폭력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여성뿐만 아니라 아동도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증언이 수집됐다"고 전했다.

또한 성희롱, 성추행이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며 인신매매에 대한 강한 처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적발될 경우 뇌물로 무마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 오고 있다. 올해는 최근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 중 인구학적 특성 및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 선정된 72명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를 반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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