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 한국교회의 공공성 상실을 논하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도시공동체연구소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공동으로 ‘한국교회의 공공성 상실을 논(論)하다’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17일 오후 4시부터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렸다.

인사말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김영주 목사는 “일반교회가 현재 사회 상식선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교회 재정의 처리 방식이 너무 사적 공간에 머물러 있다”며 “사회봉사를 많이 하는 한국교회를 사회가 알아주지 못한다고 불평하지만, 실은 봉사를 교회 성장의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기독교를 떠올리면, 사회 트렌드(Trend)에 어긋났고 우리와 질이 다른 단체”라는 뼈아픈 지적을 전했다. 하여 그는 “공공신학이 회복돼야한다”며 “이것이 한국 사회 속 교회 역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공동체연구소 이사장 김창환 목사는 “한국 교회에 대해 사회는 새로움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나만 잘 되는 것’이란 사고가 한국 교회에 뿌리 깊다”며 “우리 안쪽보다 담장을 헐고, 밖으로 나아가는 신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기조 강연으로 풀러 신학교 김창환 교수는 ‘공공신학과 21세기의 기독교’를 발제했다. 그는 케네스 라토렛(Kenneth S. Latourette)은 공공신학계의 창시자였지만,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전했다. 그는 “교회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세상을 대할 때, 항상 가르치려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목회자나 믿는 신자나 자기 신념에 대한 우월성이 과하다”라며 ‘영적 우월성’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자칫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할 때,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는 세상을 바꾸지만, 세상과 맞닿을 때는 끊임없이 변용 한다”며 “결국 양자는 쌍방향 이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공공신학은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 사회를 정의롭게 개조하겠다는 결의”보다 “신자 자신부터 먼저 갱신이 돼야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나 자신부터 먼저 ‘공적 교회’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사연 한국교회의 공공성 상실을 논하다
풀러신학교 김창환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 대목에서 김 교수는 공공신학에서 핵심인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公論場)’ 개념을 끌어들었다. 그에 따르면, 위르겐 하버마스는 "최초의 공론장은 17-18세기 프랑스 왕정체제가 무너지기 직전, 시민사회가 막 태동될 무렵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사적영역에서 공적 영역을 구축한 시민들의 자발성에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카페(Cafe)’가 자리 했다. 카페가 최초의 공론장인 셈이다. 이 공간에서 시민들이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시민사회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 김 교수의 전언(傳言)이다.

김창환 교수는 결국 “공적영역이 존재하기 위해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비판적 표현의 자유가 보호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법 앞에 평등한 개인 소유의 권리도 보호돼야한다”고 덧붙이며, “이를 기반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비평하는 공간이 바로 공론장(公論長)”이라고 설명했다. 하여 “공론장은 자유민주주의의 출발을 이루는 핵심 뼈대”라고 그는 밝혔다.

또 그는 “현대사회의 3대 공공영역은 정치, 경제, 미디어”라며 “공론장은 한쪽 영역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막는 역할”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공공신학은 이들 영역에 참여해,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세 가톨릭 권력이 부패했던 건, 권력이 감시받고 견제 받지 않아서였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공공신학자들은 누가 있을까? 김창환 교수는 먼저 튀빙겐 대학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교수를 말했다. 김 교수는 위르겐 몰트만 교수가 말한 대목을 빌리며 “선교에 있어 미시오 데이(Missio Dei), 공적 신학에선 하나님 나라 개념”이라고 밝혔다.

“공적 연관성 없이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없다...(중략)... 신학은 주어진 사회 안에서 소외된 존재와 가난한자들을 위해서 실제적이 됨으로써, 종교적, 도덕적 가치관을 비평적으로 생각함으로써, 그리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인지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위한 그리스도에 대한 신뢰의 보편적 관심을 표현해야한다”

아울러 그는 미국 루터파 신학자 마틴 마티(Martin Marty)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마틴 마티는 공공신학이 나아갈 방향으로 ▲기독교 복음에 근거해 사람들의 삶을 해석하는 작업 ▲기독교의 계시와 원칙에 근거하여 공적담론에 기여 ▲개인적 신앙을 공적인 질서에 접목시키는 헌신을 주장했다.

결국 이들이 주장한 공적 신앙의 핵심 개념은 바로 ‘정의’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그는 “이는 선지자적 전통에 기초하고 있다”며 “구약에서 신약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바로 하나님의 공의”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철학자들도 마찬가지로 사회 공동체를 묶는 핵심 요소로 정의를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근간은 법이지만, 김창환 교수는 “일반 사회법으로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그는 월터 짐멜리(Walther Zimmerli)의 말을 빌려, 일반 사회법을 초월할 하나님의 공의를 역설했다.

“세상적인 법은 부족하다. 만일 장애자가 있는데, 그들에게 똑같은 법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도리어 공정은 공정이 아니게 된다. 그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와 혜택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보통 우리가 주장하는 것을 정의라 생각 한다”며 “동시에 의견이 다른 사람을 ‘불의하다’고 비판하기 쉽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한국 사회 등이 겪고 있는 양분화 현상인 것이다. 이에 그는 “성경적 정의는 평화와 결부돼야한다”고 주장하며, “정의와 평화는 입맞춤해야한다”(시편 85:10)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갈등의 원인은 서로가 생각하는 정의가 반대될 때”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바라본 정의의 차이에서 분쟁이 빚어지는 것”을 전했다. 하여 그는 “정의와 평화는 항상 함께 가야하며,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신학자 크리스토퍼 마샬을 인용해 “하나님의 정의는 긍휼과 연합돼야 한다”며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들었다. 또 그는 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를 빌려 “의(righteousness)와 정의(justice)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의’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라면, ‘정의’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한국 개신교는 ‘의’만 강조한 측면이 있다”며 “이웃과의 평화를 추구하는 정의는 다소 약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논의를 확장해, 그는 공공신학의 주안점을 설명했다. 그는 “공적 영역에서 기독교 복음은 언제나 비평적이어야 함”을 강조하며, “교회의 예언자적 목소리”를 당부했다. 특히 그는 “교회는 무작정 사회봉사를 할 게 아니”라며 “동시에 사회를 비평할 수 있는 기능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바로 “공적 신학의 지향”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그는 “교회는 스스로를 반성하고, 계속해서 개혁되고 정화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교회가 세속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세속사회의 언어를 체득해야함”을 강조했다. 그는 찰스테일러를 빌려 “교회가 세속사회와 대화하기 위해선, 세속사회의 언어를 배워야한다”며 “교회의 신학적 틀 곧 삼위일체, 기독론 등은 사회적 언어”에 ‘맞지 않는 부분’도 지적했다.

하여 그는 “교회는 내부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유지하되, 어느 정도 사회적 언어를 차용해 사회와 항상 대화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공공신학은 항상 열린 신학이 돼야한다”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교회는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다른 견해가 있을 때, 받아들이고 화해하는 연결 역할”을 강조하며, “공공영역 안에 다양한 대화 상대들과 공유된 해답을 찾으려고 시도해야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사회가 원자화 되면서 다양한 자기주장이 난립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타협은 신앙의 적이라는 생각을 버려야한다”며 “동시에 신학은 타인의 의견을 존중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공공신학의 한 부류인 해방신학의 방향성을 다소 경계했다. 그는 “해방신학은 혁명적 경향이 짙은 반면”에 “공적신학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대답을 찾으려 노력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공공신학은 기존 체제를 긍정하고, 선지자적 역할로서 화해를 추구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교회에 제언하며, “교회는 신뢰성을 회복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열린 신학은 사회적 언어를 차용하고 습득해, 사회와 계속해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바로 “정의, 평화, 지혜를 두고, 성경에 기초한 교회의 공공성 추구”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패널로 나선 성석환(장신대) 박사는 “87년 체제 이후 공공신학은 공론장을 기초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복음주의, 에큐메니칼 둘 다 공론장에서 작동되는 사회적 언어가 아니”라며 “계몽적이고, 교화적이며, 고백적인 교회의 언어에 매몰된 측면이 강했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일제 강점 해방 이후 독재를 경험하면서, 시민 세력에 의한 공공성이 아니”라며 “국가 주도형에 의한 공공성이 강했기에, 공론장이 성숙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그는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87년 체제 이후, 교회는 시민 사회 중심의 공론장을 지향했지만, 국가 주도형 공론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여 그는 “교회는 사회적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해야한다”며 “불의에 대한 저항에 있어, 사회적 문법을 어느정도 차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패널로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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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성석환 교수(장신대), 김창환 교수(풀러 신학교),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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